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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Jul 24. 2024

부러워도 지는 게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남이 잘 되는 일이 기쁘다. 형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집을 넓혀간 지인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친구들과 지인들 자녀들의 대학 입학 소식이나 취업 소식에 함께 기뻐하며 새롭게 일을 시작하거나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을 응원한다. 그들이 잘 되면 내가 잘 된 것처럼 더 기쁠 때도 있다. 언니들이 집을 마련했을 때나 조카들이 입사에 성공했을 때. 형부가 완치 5년이 됐을 때. 결혼 소식이 들릴 때 등 정말 기뻤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지만 배가 아플 이유가 없다. 그저 조금 부러울 때도 있을 뿐이다. 사촌이면 가까운 친척인데 잘 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왜 남이 잘 되는 걸 배 아파할까.


친한 친구가 녹지로 된 땅을 샀다가 개발 제한이 풀리면서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로 용도 변경이 가능해져서 지금 집을 짓고 있다. 싸게 산 땅이 크게 올라서 축하해주었다. 친구 남편이 직접 집을 짓는 과정도 수시로 들려보는 우리 부부에게 친구는 관심가져 주어 고맙다고 한다. 진심으로 기쁘기에 자꾸 마음이 가는 것 뿐이다.


시기. 질투는 인간의 본성이며 자신이 갖지 못하고 성취하지 못한 걸 남이 성취하면 솔직히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비교 의식에 사로잡혀 질투하는 이들이 있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 배가 아플 이유가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르고 자기 수고 없이도 얻어진 사람도 있지만 절대 거저 얻어진 게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성취하고 얻기까지 긴 시간의 수고와 노력이 동반되었음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어릴 때는 형제가 적은 친구들이 부러웠다. 한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는 남동생과 단둘이 남매였고, 한 친구는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낀 고명딸이었다.  곱게 기른 머리를 땋거나 흰 피부를 가진 두 친구는 밖에서만 놀아 피부가 까맣게 타고 짧은 머리인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곱게 자란 친구들이다. 막내인 남동생 덕분에 태어난 딸부잣집 셋째에 오남매인 난 친구집에 놀러가면 혼자 쓰는 방과 부모님께서 사주신 책들과 학용품이 너무 부러웠다.


네 자매가 복작거리면서 아웅다웅하며 같이 쓰는 방과 언니들이 입다 물려준 옷과 학용품과 전과까지. 새것이 없었다. 하다못해 크레파스와 물감까지 같이 썼던 초등학교 땐 언니가 수업 끝나면 우리 교실에 가져다 주곤 했는데 그게 너무 창피했다. 친구들이 보면 알까봐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조심스럽게 받아왔다. 신기한 일제 학용품과 수십 가지 색의 크레파스. 색연필. 물감. 전집 동화책 등이 잔뜩 쌓인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자매들이 많은 나를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자매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서스름 없고 힘들 때 한달음에 달려와주는 자매들은 나의 자랑거리가 됐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교복 자율화로 바뀌면서 1년만 교복을 입게 됐다. 난 언니 교복을 물려입어 흰 카라에 검정 치마로 된 교복을 입을 때 친구들은 그 1년을 위해 체크로 된 새 교복을 맞추었다. 전에 입던 교복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었지만 자율화가 되기 1년 전이라 두 가지 교복을 다 허용했다. 화사한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부러웠다. 안 그래도 1년이면 끝날 교복에 대한 추억은 아쉬움과 부러움으로 끝나버렸고 교정에서 찍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등학교 때 부러웠던 건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다. 공부를 못한 편은 아니었지만 글쓰기 빼고는 재능이 없었다. 미술부에서 이젤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 전시회를 한 친구들의 그림 솜씨에 감탄했고 피아노를 잘 쳐서 교회 반주하는 친구의 재능이 부러웠다. 그저 돈 안드는 공부나 하고 책을 읽고, TV에서 해주는 영화. 영화음악 등을 들으며 감상을 끄적이다 보니 글쓰는 즐거움을 갖게 됐다.


지금은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 부럽다. 영어는 기본에 스페인어를 전공해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는 손미나 작가를 보니 부럽다. 영어 울렁증은 과감히 자유 여행을 할 수 없게 만든다. BTS 천재 멤버 RM은 미국 청소년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를 독학했다는데 그런 천재적인 머리도 없고 학창 시절 6년이나 배운 문법 위주의 영어는 입을 떼기엔 너무 어설프고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나마도 쓰지 않으니 다 잊어버렸다. 두 아이들에겐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게 하기 위해 큰형님이 계신 필리핀으로 초등학교 때 2년 간 홈스테이를 보낸 것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 같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를 자유자재로 하는 젊은 세대는 어학 연수. 교환 학생. 워킹홀리데이 등의 기회도 많아지고 영어가 필수인 세대이다 보니 대부분 자유 여행을 간다.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것도 두려움이 없는 용기도 부럽다.


무식해도 용감하면 되는데 용기조차 없는 난 그저 페키지 여행으로 만족한다. 운전도 지역 운전만 가능해 맘 먹고 고속도로 한번 타 보지 못하니 우물만의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이다. 그렇게 좁은 그릇밖에 안 되는 것을 누구를 탓하랴.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을 한다. 부러워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어떤 작가님은 마음껏 부러워해서 그걸 성취하라고 말한다. 부러움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요즘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격조 높은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위축되기도 하지만 도전 되기도 한다. 계속 마음껏 부러워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기를 스스로에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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