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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Jul 26. 2024

행복 지수 & 행복 훈련

이보윤 작가 그림. 네이버.

2023 세계행복보고서 조사에 따르면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1위는 핀란드라고 한다. 상위권은 대부분 북유럽이었고 북유럽은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OECD 38개국중 최하위권인 35위로 행복 지수가 낮은 나라 중 하나로 조사 되었다. 예전에도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부탄.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의외의 나라를 보고 행복은 풍요와 물질에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마음이 행복해야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작은 일에도 큰 만족을 얻는 자족이 행복을 가능케 한다.


남편이 26년을 다닌 회사에서 54세에 명퇴를 할 때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름 성실히 일한 사람이라 좀 더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퇴 조건이 좋을 때 퇴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해 명퇴하고 1년을 쉬었다. 실업 급여가 끝날 때쯤은 솔직히 불안했다. 명퇴금을 모두 투자해 노후대책을 해놓았지만 대출 이자가 만만치 않아 들어오는 수입이 전혀 없으면 앉아서 까먹으니 대책이 필요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마트 설비팀에 재취업을 했을 때 너무 기뻤다. 수입뿐 아니라 아직 젊은데 일할 곳이 필요했다. 안정감도 생기고 활력이 되면서 심신도 건강해지는 사회 생활은 중년의 나이에 더 절실하다.


집돌이인 남편은 1년 집에 있는 동안 만족도가 높았다. 농장도 시작해보고 취미 생활도 하고 두 주간 제주살이도 하고 시골 어머님댁도 자주 다니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늘다보니 사실 더 바빠졌지만 불만은 없었다. 26년 일하면서 그동안 새벽 출근하느라 고생했으니 마음껏 쉬라고 했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면서 오랫동안 일하고도 미리 소방관련 자격증을 따서 퇴직하자마자 바로 취업한 지인을 보면서 '좀 쉬지 뭐가 그렇게 급하냐.' 고 하자 어딘가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신영철 의학 박사님은 명함이 사라지면 인생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한다.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우울증에 빠져 세상과 담을 쌓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해오던 희생이 억울하고 분노. 후회. 원망이 가득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초라하게 여긴다고 한다. 직책과 자신을 동일시하다가 그걸 잃었을 때 무력감을 겪는다고 말이다.


예전에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다시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남편 퇴사 모임 옛 동료들은 나름 노후에 자기 일을 다시 잘 찾아서 만족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자격증을 따서 아파트 관리소장이 된 사람. 딸에게 카페를 차려주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다니는 사람. 빵집을 개업한 사람. 투자를 잘 해놓고 현직에 있는 부인 대신 전업주부가 된 사람 등 퇴사 후 다양하게 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갖고 점심을 먹으면서 근황과 교제를 나눈다. 최근엔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동료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도 열심히 일했는데 노후를 위해서도 책임감을 갖는 성실함을 응원한다.


만약 남편이 지금까지 일을 찾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냈다면 그 모임에 나가기도 위축되었을 테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상만 높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짓고 일할 생각조차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저런 일들을 찾아 하반기 인생을 지혜롭게 살고 있어 다행이다.


행복의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조건은 관계이다. 외적으로는 주변에 나와 잘 맞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내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다. 남편이 퇴사 6년이 되었는 데도 꾸준히 모임을 갖는 건 그들과의 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관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녀와 남편과의 관계이니 가까운 가족들과 좋은 관계 형성은 필수이다. 가정에서 행복하지 않는데 남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가족에서 내실을 잘 다져야 외부로 좋은 에너지가 흘러나간다.

 

일이 숙련되기까지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행복도 훈련이 필요하다. 일상을 돌아보며 작은 일에도 행복과 만족을 찾는 훈련을 통해 행복지수를 높혀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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