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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면

by oj


외로움을 극복하려면 보통 어떻게 하냐는 지민석 작가님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른아이로 산다는 것> 이란 책에서 작가님은 처음엔 일부러 약속을 잡아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면 더 공허지는 감정을 느낀 뒤엔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외롭다는 감정이 느껴질 때면 내가 많이 지쳐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럼

'지금 그 순간이야말로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쉬어 가야 할 때가 온 거로구나'

라고 마음을 바뀌었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외로움이 막상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 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성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예전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을 갖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 하루의 시간이 온전히 주어졌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호수공원이라도 산책하며 동적인 것을 즐겼다면 이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편하다.


아들들이 독립한 이후론 진짜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늘었다. 남편은 이틀에 한 번 야간 근무라서 출근일 때는 더 한가하다. 바쁘게 종종거리며 살던 지난 시간들이 지나서 지금 맞게 된 여유와 편안함이 너무 좋다.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 것처럼 처음엔 적적했지만 글을 쓰고 수시로 올라오는 브런치 글을 읽다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


아직 할 수 있는 나의 일이 있고 3일 동안 오후에만 일하는 것도 너무 만족한다. 남은 시간은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는 일과들이 너무 소중해서 시간을 알차게 쓰는 편이다.


오전엔 수영을 다녀오고 별 일정없는 날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본다. 가끔은 직장일로 바쁜 여동생을 위해 밑반찬을 해다 주기도 하고 두 주에 한 번은 어머님 댁에 가서 같이 식사한다. 분기별로 친구들과 자매들과 가족들과 2박3일 여행까지도 가능하다. 주말에 오는 아들을 위해 특별식을 준비하고 주일엔 예배와 성가연습으로 일주일 일정이 늘 꽉 차있다.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고독은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질병이다.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피 피우는 것만큼 몸에 해롭고 건강을 위협한다고 한다. 특정 연령층이 아닌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외로움과 고립. 단절을 경험하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영국에선 2018년에. 일본에선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외로움 장관. 외로움 대사를 임명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려고 애쓰는 정책까지 실시한다고 한다. 고독이 사회 병리 현상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고립과 고독이 지나치면 우울증을 낳고 울분과 분노로 확산 되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 세계 자살률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 혼자 살면서 사인조차 모르는 고독사 소식이 들리면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은 심기일여로 하나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병들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병든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나름대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야 한다.


운동과 취미나 동아리 활동. 공동체 모임이나 소그룹 모임. 친구나 가족과의 교제 등을 나누면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의 관심도 필요하지만 활력을 찾기 위해 나름 애쓰고 에너지를 쏟을 일을 만들어 이를 통해 시너지를 얻어야 한다.


외롭다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남들에겐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내가 좋으면 된다. 아무 것도 안하면서 '무료하다. 무기력하다. 공허하다.' 라고 하면 안 된다. 손쉬운 일부터 찾아보고 하다 보면 즐기게 되고 즐기다 보면 무료함을 잊고 생동감을 얻게 된다. 혼자서도 충분ㅇ시 즐거운 일이 많다. 내 경험상 말이다.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나태주 시인님이 말하는 '혼자서 피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바로 그때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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