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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하는 것들

by oj
정봉채 작가 사진

이애경 작가의 <너라는 숲> 이란 책에서 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 있는데 읽다보니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생각보다 많았다.


작가님이 버려야 할 것에는,

ㆍ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을 생각하는 못된 습관

ㆍ아프지 않을 수 있음에도 미리 겁먹는 소심함

ㆍ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놓은 과거의 잔해들

ㆍ사랑의 부재 상태에 머물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

ㆍ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한다는 뻔한 고집

ㆍ받은 만큼만 주겠다며, 주는 걸 아까워하는 마음

ㆍ사랑하는 사람을 내 원하는 대로 바꾸려는 집착


내가 특히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는,


ㆍ입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유행이 지난 옷들

ㅡ계절마다 옷장을 한 번씩 정리해도 버리지 못하는 옷들이 있다. 유행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라면서 망설인다.


ㆍ단조로운 옷 스타일

ㅡ예나 지금이나 튀는 색이나 디자인을 꺼린다. 목이 답답한 옷을 못입어 카라 있는 옷도 싫어하고 스타일도 늘 단조롭다. 과감하거나 센스있게 옷 입는 사람들을 보면 니트나 단색을 즐겨 입는 내 스타일이 진부해 보인다.


ㆍ언제든 먹을 수 있게 냉동고에 쟁여두며 쌓여가는 밀키트

ㅡ남편에게 늘 잔소리를 듣는 부분이다. 새벽이면 배송 되니 필요할 때 사라고 말이다.


ㆍ읽지도 않는 책을 자꾸 사고 싶은 욕구

ㅡ읽고 싶었던 책들을 주문하고도 바쁘다는 이유로 책장에 꽂혀있다. 이번에 나온 브런치 수상책 두 권도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이젠 사서 읽기보다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ㆍ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습관

ㅡ거절할 때도 있지만 왠만한 일은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좀 맞추면 되니깐. 가끔은 꼭 그래야 되나. 괜찮지 않으면서도 그게 맘이 편하다.


ㆍ익숙해져서 점점 나태해지는 일

ㅡ일을 오래 하다보니 습관적으로 일하는 나를 반성한다. 발전이 필요할 때이다.


ㆍ여기저기 신경쓰려 하는 약간의 오지랍

ㅡ남편은 나에게 뭔가를 중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언니는 지나치게 잘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일이 빨리 정해지고 진행 되어야 하는 내 급한 성격 때문이고 자꾸 눈에 보이고 신경쓰이는 일들은 그냥 못 지나친다.


ㆍ시도해 보지도 않고 못할 거란 의지 박약

ㅡ고속도로 주행을 아직도 못해 본 지역 운전에 자유 여행은 시도해 보기도 전에 겁부터 나는 쫄보이다. 물도 무서워 수영은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늘었다. 도전하면 되는 데도 마음 먹기가 어렵다.


ㆍ지나치게 넘치는 유연성

ㅡ탄력도 좋지만 되도록 여건도 성격도 일도 상황에 맞추려는 유연성이 좀 지나치다.


ㆍ여전히 중간에서 짜는 치약

ㅡ남들은 가족들이 중간에서 짜는 치약 때문에 스트레스라는데 우린 거꾸로이다. 도대체 꼼꼼하고 찬찬한 데가 없다. 털털하고 자질구레한 일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니 장점이자 단점이다.


ㆍ홈쇼핑의 순간적 유혹

ㅡ홈쇼핑의 유혹에선 완전히 벗어났다. 예전에 우연히 채널을 넘기다 보면 혹하는 제품들을 발견한다. 사고 싶은 욕구를 못 이겨 필요 없이 사던 물건들이 꽤 있다. 옷만 해도 그렇다. 세트로 저렴하게 파는 옷들이 재질도 좋아보이고 자매들 하나씩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아서 샀다가 낭패를 본 것들이 많다. 이상하게 오래 입지 못해 이젠 홈쇼핑을 안 본지 꽤 됐다. 한동안 남편에게 택배 여사님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인터넷 쇼핑으로 눈을 돌리면서 가격 대비 만족한 물건들과 필요할 때만 사는 합리적 소비를 하게 됐다.


또 버릴게 무엇이 있을까.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습관이든 사고든 행동이든 잘못된 것들에서 이제 과감히 벗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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