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j Aug 26. 2024

앤을 사랑하는 동생


앤을 진짜 사랑하는 친한 동생이 있다. 벌써 30년 이상 알고 지낸 동생으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다.


그 동생은 빨간머리 앤을 너무 좋아해서 프로필 사진도 이모티콘도 앤이고 탁상용 달력도 온통 앤으로 도배했다. 그 친구가 앤을 좋아해서 백영옥 작가의 수필집 <앤이 나에게 하는 말> 이란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읽고 너무 좋아서 몇 권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그 동생에게 가장 먼저 주었다.


작가도 어릴 때 빨간머리 앤을 너무 재밌게 본 뒤로 커서 자신이 힘들 때 다시 만화를 본 뒤에 힘을 얻고 앤이 한 말을 자신에게 적용시켜 일상의 감정들을 잔잔한 수필로 썼다. 책을 읽으면서 앤이 생각하며 말한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도 힘을 주었다.


그 동생도 약간 앤을 닮았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일을 하며 두 딸들을 낳아 키우면서도 일을 놓지 않고 30년 이상 사회생활을 이어온 강한 동생이다.

얼굴은 동안에 50살이 넘었지만 40대로 보이고 두 딸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세 자매 같다. 성격도 밝고 웃음도 많고 긍정적인 그 동생을 보면 왠지 앤이 연상된다. 자그마한 얼굴과 몸에 강한 힘과 긍정. 희망이 담긴 걸 보면.


가끔 사회생활 힘들지 않냐고. 이제 그만 두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아직 직장 다닐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예전처럼 여건도 안 좋고 상황도 안 좋아지고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이 상사가 되어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다닐 수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죠."

꼭 앤이 하는 말처럼 답이 돌아온다.


아이들 키울 때 친정 엄마도 없이 가까이 사시는 교회 권사님께 아이 양육 도움을 받으면서 맞벌이로 한 번도 쉬지 않으며 집도 넓혀가고 김장 김치까지 담가 먹는 부지런함까지. 게다가 뒤늦게 공부에 자격증까지 늘 쉬지 않고 도전하며 꼼꼼하고 야무진 동생을 보면 마치 앤을 보는 것 같아 때론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고 때론 오히려 내가 힘을 얻는다.


지난 번 사업으로 바쁜 남편은 두고 두 딸과 셋이 일본 도쿄로 자유 여행을 다녀왔다. 디즈니 랜드에도 가고 딸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삶을 즐길 줄도 안다. 특히 두 딸들을 소중히 여기며 아낌없이 주는 엄마처럼 헌신을 다한다. 맞벌이 엄마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엄마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데 옆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항상 갖고 있어 난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며 자신을 좀 더 생각하라고 조언해준다.


희망과 긍정의 아이콘 앤처럼. 그 동생이 애정하는 앤처럼. 동생의 삶도 누군가에겐 빛을 주고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앤이 나에게 하는 말>


내일은 아직 아무 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나요

무언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즐거움의 절반이 있는 거예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리는 기쁨이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요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예요

꿈꾸는 곳이기도 해요


오늘 아침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지 않아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요


마지막까지 앤이 들려주고 싶은

희망적인 한 마디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랑스러운 빨강머리 앤은

백영옥 작가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많은 여운을 남겼다


조그만 앤이

그 어린 앤이

자기보다 더 오래 산

이들에게 인생을 가르친다

이전 10화 "알아서 먹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