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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자가 된 나

by oj


아들 결혼을 앞두고 친한 지인들에게 청첩을 주기 위해 만났다. 결혼하는 아들이 초등1학년 때 만난 학부모 모임으로 20년 가까이 되고 있다. 넷이 1년에 두 번 정도 만나고 나이대도 다 틀리지만 만나면 여전히 친근하고 서로 깊은 속내와 근황까지 주고 받는 끈끈한 사이였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진짜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었다. 간만에 연락하면서 만나기 전에 날 보면 놀랄 거라며 미리 말해두었다. 한 지인은 궁금해서 카톡을 찾아봐 뭔지 알 겠다고 웃었고 한 지인은 나와 같은 미용실에 다녀서 근황을 듣고 벌써 통화를 한 터였다. 한 지인만

"뭔데 그래? 나만 모르는 거야?"

하며 궁금해했다.

"만나면 알아."

하고 만난 날 달라진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왠일이야. 쌍꺼풀 했네! 어머머.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네. 어디서 한 거야? 강남이야?"

궁금한게 많은지 폭풍 질문을 해댔다.


차근차근 하나씩 썰을 풀었다. 너무 쳐진 눈을 고심하다가 나이들수록 더해질 텐데 뒤늦게 예뻐지면 뭐하나 싶어 아들 결혼 앞두고 맘먹고 했다고 말이다. 결과가 두려웠지만 상담 받으러 갔다가 확신이 생겨 용기를 냈고 강남 아니고 일산에서 한지 3개월쯤 되었다고 말했다. 6개월쯤 되어야 자연스러워진대서 결혼 날짜에 맞춰 미리 수술한 결과는 대만족이었다고 폭풍 답변을 늘어놓았다.


아시는 한 분도 쳐진 눈 때문에 눈물이 흘러 진물까지 난다며 내가 한 곳에서 바로 예약을 잡고 수술을 했다. 역시 만족해 하셨다. 꼭 성형만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도 있고 치료도 되고 예뻐지기까지 한다면 일석이조이다. 이제 쌍꺼풀은 성형 수술도 아닌 일에 들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가족들도 이젠 익숙하다고 한다.

사실 처음 성형외과에 발을 디뎠다. 원래 쳐진 눈이었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고 외꺼풀 내 눈이 싫지도 않았다. 문제는 나이가 드니 점점 더 쳐지는 눈이 신경 쓰이기 시작해서 마음 먹고 받으러 간 상담이다. 용기가 없어 친구를 데리고 같이 갔다. 쌍꺼풀 있는 친구도 눈이 쳐지면서 쌍꺼풀이 다 덮이고 자꾸 눈물이 난다며 손수건을 늘 챙긴다. 이제 외모보다는 불편함을 덜기 위한 시술이 필요할 나이가 됐다.


두 곳을 가보고 더 신뢰가 가는 곳으로 정해서 날짜를 잡았다. 방학 휴가 동안 수술 하면 일주일 쉴 수 있어 날짜를 맞춰놓았다. 의사는 상담하면서 왜 이제 왔냐고 벌써 했어야 할 눈이라고 말했다. 불편하지 않았어도 쳐진 눈을 크게 뜨느라 눈썹을 올리고 이마에 주름은 잡히고 턱을 자꾸 든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처럼 된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몰랐지만 의사의 말을 듣고 보니 납득이 됐다.


사진만 찍으면 턱을 들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수술하고 나면 시야가 환해질 거라고 덧붙였다. 언니 친구가 성형 했던 병원인데다 17년 동안 병원을 운영하면서 진료한 의사에게도 신뢰가 갔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 결정하고 나니 이제 슬슬 걱정이 앞섰다. 예전의 순한 이미지가 달라져 인상이 강해지거나 마음에 안 들면 되돌리지도 못하는데 어쩌지. 결혼식이 코앞인데 어색하고 후회되면 어쩌나. 부작용은 없겠지 하며 마음이 심란했다.


진단 후 예약을 잡고 본의 아니게 팔자 주름을 없애는 필러까지 맞았더니 양쪽 턱에 서비스로 보톡스를 놔주었다. 일주일 뒤 멍이 사라지면서 팔자 주름이 펴지고 턱선이 갸름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을 모르는 지인들도 왠지 젊어진 것 같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이들도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의술의 도움을 받고나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도 예뻐지고 젊어지고 싶은 여자들의 욕구가 있는 것을 보면. 수술하니 한 달만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되어서 걱정이 한시름 놓였고 안도했다.


평소에 성형은 나와 무관하며 외적 보단 내적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였다. 그대로의 내 모습에서 조금씩 가꾸면서 단점을 보완하면 충분하고 나이 들면 젊음이 퇴색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주름지고 자연스럽게 늙는 것도 아름다움이라고 여긴 내가 성형외과에 발을 들여놓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주변에선 벌써부터 하라고 난리였지만 조금도 동요하거나 욕구가 전혀 없었다.

예전에 비해 성형이 많이 보편화 되긴 했다. 성형외과도 즐비하고 성형의 문턱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의사들이 성형 외과에만 몰려 정형 외과의가 없다는 웃픈 현실이다. 그만큼 성형수술이 뛰어나서 우리나라로 원정까지 오는 외국인들도 많다.


한편에선 외모지상주의나 강남 미인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과한 성형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고 예쁜 얼굴을 손대서 오히려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부자연스러워진 얼굴로 안타까움을 갖게 만든 이들도 있다. 성형에 부정적인 인식들도 있지만 당당히 고백하는 연예인은 솔직해 보인다. 이제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쌍꺼풀 외에 상안검. 하안검. 눈밑 지방 제거 등 성형이 늘고 남자들의 성형도 일반화 되었다.


조카들 대부분이 졸업하면서 쌍꺼풀을 했다. 자연스럽고 예쁘게 됐지만 모두 강남에서 했다. 난 귀찮기도 하고 비용 차이도 많이 나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자기 관리 잘 하는 여자들을 보면 좋아보인다.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고 자신을 꾸미지 않는 것보다는 꾸미고 관리하는 것은 여자의 본능을 떠나서 기분좋고 젊게 사는 방법이다.

친구들도 보톡스는 기본이고 친구 남편도 상안검 시술을 하고선 젊어진 자기 모습에 흡족해 한다고 들었다. 더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찾는다면 충분하고 만족한 일이다. 어르신들도 꽤 많이 오셔서 불편한 눈들을 시술 받는 것을 보고는 여우와 신포도처럼 스스로 잘 했다고 합리화를 시켰다.


내게 이제 도시 여자 이미지가 됐다는 한 지인은 헤어질 때도

"도시 여자. 잘 가! 결혼식 때 만나!"

하면서 장난스럽게 놀렸다.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쳐진 눈 때문에 순하고 인상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 도시 여자가 됐다는 표현이 너무 낯설었다.


이번 계기가 새로운 이미지가 될지 후회막심일지 걱정했는데 만족하고 성형을 처음 접해보는 어색한 경험이지만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P.S 결혼식 때 쌍꺼풀이 있으니 화장이 너무 잘 어울려서 혼주가 너무 예쁜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화장발이지만 말이다. 결혼식 사진도 쳐진 눈이 아닌 또렷한 눈으로 나와서 흡족했다. 용기를 내기 참 잘 한 것 같고 내년 봄에 큰아들 결혼식 땐 더 자연스러워질 것 같아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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