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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들이 사는 법

by oj


유난히 음식을 잘 하는 두 남자가 있다. 요즘 남자들이 요리 잘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편스토랑이나 집밥 백선생 등 요리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삼시 세끼 등 예능에서도 요리 잘 하는 남자들이 대세이다. 요리 잘 하는 한 사람은 내 남편이고 한 사람은 친구 남편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만난 50년지기 막역한 죽마고우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으니 특별한 인연이다. 남편들끼리 친구들이다 보니 마음이 잘 맞는다지만 여자들끼리 더 친해지면서 더 가까워졌다.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성향도 비슷해 여행도 자주 다니는 친밀한 부부들이다.


우리 부부는 같은 교회 커플, 한 부부는 사내 커플, 한 부부는 교회 동생이 사촌 누나를 남편 친구에게 소개하면서 결혼하였다. 한 부부는 남편 친구는 아니지만 부인이 내 친구여서 자연스럽게 우리 모임에 합류했다.


여자들 모임에 남편들이 모이면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남자들 모임에 아내들이 모이면 여자들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친해진다. 거기에 우린 성격도 잘 맞고 취향까지 비슷해 남편들과 상관없이 부부 동반 모임 외에 따로 만나서 여행하며 동고동락 하는 사이가 되었다. 주변에서 참 특별하다며 부러워하는 모임이다. 네 부부는 오랫동안 서로 배려하며 마음이 잘 맞기에 지금까지 모임이 이어졌다.


네 부부는 코로나 전까지 한두 달에 한 번씩 집에서 식사 모임을 가졌다. 집에서 식사 모임을 가지자고 했을 때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기로 단단히 약속하고 단출하게 시작했다.


요리 잘 하는 두 남자는 여자들 대신 요리를 도와주고 요리 못 하는 두 남자는 대신 설거지를 돕는다. 집을 개방하고 음식 준비는 신경 쓰이지만 세 번 대접받고 한 번 초대하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만남이 기다려졌다. 주로 토요일 저녁 5시쯤 모여 식사하고 뒷정리를 돕고 편안하게 과일과 차를 나누며 대화하다가 10시쯤 헤어진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오가는지 모른다.


부부가 함께 모일 때면 얻는 교훈이 크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부부이다. 성격이 맞는 부부가 하나도 없듯이 서로 다르지만 장단점을 보완하며 맞춰가면서 갈등을 줄이며 살아가는 지혜를 다른 부부에게서 배운다.


또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누군가를 위해 재료를 다듬고 정성껏 준비해 완성된 요리는 서로의 관계를 가깝게 한다. 음식은 사람을 친밀하게 만든다. 성인 8명에 아이들이 어릴 때 늘 함께 하며 만만치 않은 식구임에도 늘 화기애애했다. 초대한 사람은 신경 쓰이긴 해도 소박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요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헤어질 때면 어느새 마음이 훈훈하다.


가끔은 부부 문제도 해결된다. 부부싸움 했던 썰을 풀어놓으며 조언도 얻고 남편 흉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흉어물이 없는 사이이니 가능하다.


여행 에피소드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의례히 남편들이 준비한 음식에 뒷정리까지 해주는 완벽한 여행이니 시간만 나면 가고 싶은 게 당연하다. 여행 회비까지 모으며 국내. 국외 여행을 함께 하며 아이들 커가는 걸 다 지켜보면서 일희일비 했던 시간들은 우리 모임을 더 끈끈하게 했다.


코로나로 모임이 끊기고 다들 바빠지면서 예전처럼 자유롭게 집에서 식사나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든든한 지원군과 버팀목이 되는 사이로 진솔한 만남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올해 60을 맞은 남편 친구 부부가 6월에 보홀로 환갑 여행을 가기로 해서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길 것 같다. 서로 다른 성격. 다른 모습의 부부를 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생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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