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서투른 츤데레
ㅡ'오베라는 남자' 를 보고ㅡ
브런치의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개로 보게 된 영화 '오베라는 남자'.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오베라는 남자' 는 스웨덴 영화로 2016년 작품이다. 소설로 유명한 작품이 영화화 되어 수상도 많이 하고 '오토라는 남자' 로 2023년 리메이크 되어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가지 버전의 영화를 다 보았을 때 스웨덴 작품이 훨씬 감정 전달이 잘 되었지만 두 연기자 모두 오베란 남자의 특징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만 상처입고 웅크리고 모나고 외로운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보듬어주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이웃인 파르바네란 이민자 가족을 만난 오베는 어찌보면 행운이다. 괴팍한 성격의 할아버지를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이해하고 관심가진 이웃이 있었기에 임종 전까지 외롭지 않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사랑이다. 오베와 소냐의 사랑은 감동이다. 부인을 회상하면서 첫 만남과 행복한 결혼. 사고로 잃은 아기와 아내의 장애. 언제나 함께 하던 부인 소냐가 6개월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오베는 삶의 끈을 놓아 버린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고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아내 곁으로 가려고 했다. 그만큼 소냐는 오베를 행복하게 만든 사람이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어도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 부인을 위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당함에 맞서 싸웠고 언제나 함께였다. 아내를 위해 마을 순찰을 다녔고 불편한 시설들을 고쳐갔다. 학교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를 만들어주어 아내가 출근할 수 있게 만든 사람도 오베였다. 그렇게 사랑하던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부인의 묘에 꽃을 두면서 곧 가겠다는 오베를 보면서 그 사랑이 뭉클했다. 물론 소냐는 오베가 남은 생을 더 살아내길 바랐을 것이다. 마지막 심장마비로 아내 곁으로 간 오베는 행복해 보였다. 마지막까지 아내를 기억하며 사랑을 멈추지 않은 오베의 사랑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큰 감동이었다.
둘째는 공감이다. 오베는 괴팍하고 불친절하지만 진실하고 정직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혐오한다. 잘못은 즉시 바로잡고 부당한 대우 앞에선 맞서 싸웠다. 이웃들. 마트 직원. 공무원들에게도 잘못한 일은 사사건건 따지고 물고 늘어졌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고 방식보다 누군가는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자세가 필요한 세상에서 난 오베의 행동에 공감했다. 지나치게 과격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유익하다면 옳은 일이 아닌가. 방법을 좀 부드럽게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표현 방식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서투른 츤데레 같아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진심이 담겨있는 그 마음을 볼 줄 안다.
셋째는 관계이다. 오베를 바꾼 건 옆집에 이사온 파르바네 가족이다. 그 가족은 끊임없이 오베의 집 문을 두드렸다. 목을 매려고 할 때도, 자동차에서 죽으려고 할 때도 방해한 가족은 그들이었다. 이사온 가족의 이삿짐 차 운전을 대신 해준 일을 계기로 간식을 가져다주고 수리를 부탁하고 다친 아들을 병원까지 데려다 달라며 운전을 부탁하고 아이를 맡기면서 서서히 오베의 마음을 파고든다. 선로에서 자살하려다가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주고 총으로 자살하려 할 땐 아내의 동성애자 제자가 집으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며 그를 귀찮게 하는 이웃들 덕에 조금씩 마음 문을 연 오베가 나중에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말에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 그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운전을 알려줄 때 아이 둘 낳아본 사람이 뮈가 무섭냐며 자신감을 주고 아내와 함께 갔던 카페도 데려가서 소냐와의 아픔도 처음 털어놓는다. 여자가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 자기 아이에게 주려고 직접 만든 아기 침대를 선물하는 장면이 뭉클했다.
관계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오베가 퉁명스럽긴 해도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인 것을 알기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걸 장례식장에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알았다. 사람은 겉만 보면 모른다. 내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행복이고 진실한 관계만이 그걸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소외된 이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홀로 슬픔을 견디며 외롭게 사는 사람도 떠올랐다. 죽기가 살기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오베처럼 힘겹게 사는 이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