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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Oct 09. 2024

타산지석


25년차 변호사가 보고 듣고 겪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조우성 변호사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 경우와 비슷한 케이스를 보고 그때 일이 떠올랐다.


변호사님의 비서로 일하고 계신 분의 언니께서 당한 일이다. 골목에서 자전거를 탄 아이와 접촉 사고를 내고 아이가 안 다쳤다고 학원에 간다고 해서 명함만 주고 간 일이 빌미가 되어 뺑소니로 협박을 받게 된 내용이었다.


건내준 명함에 대기업인 걸 보고 아이가 전치 3주를 받았다며 삼촌이란 사람이

3천 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사건이다. 고민하는 언니를 위해 사건을 부탁해서 변호사님이 알아보니 나중에 부모가 아닌 사건의 목격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서 명함을 받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려던 것이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변호사님은 진단서와 부모 연락처를 요구하고 3천 만원 합의금에 대한 협박 녹취를 했다고 말하자 없었던 일로 하자며 꽁무니를 뺀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나도 오래 전 뺑소니로 고소 당해서 경찰서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는 너무 당황해서 심장이 떨렸던 일이 떠올랐다.


내 사건의 경우는 이랬다. 상가 건물에서 나오면서 좌회전을 하기 위해 좌측을 보다가 신호가 끊길 것 같아서 급히 액셀을 밟았을 때 쿵 소리가 났다. 너무 놀라서 내렸더니 오른쪽에 자전거 탄 아이가 넘어져 있었다. 일으키면서 먼저 괜찮은지 물었지만 아이는 다친 데가 없다며 그냥 가도 된다고 했다. 난 그럴 수 없다고,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서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문자는 따로 하지 않았어도 전화번호를 남겼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아이에게 당부했다. 저녁 때까지 전화가 오지 않아 괜찮으니 하지 않았겠거니 안심했다. 그런데 한 달도 훨씬 넘어 경찰 문자를 받은 것이다.


아버지께서 고소하셨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사과 한 마디 없던 것에 화가 나셨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날 늦게라도 문자나 전화를 다시 드렸어야 했는데 아차 싶었다. 어쨓든 내 잘못이었다. 조사를 받으면서 아이 엄마께 전화를 건 것이 확인이 되면서 참작이 되었다.


아이의 자전거가 고장나 있어 고치러 가면서 그때 사고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고 하셨다. 화가 나신 아버님은 사고 장소의 cctv를 찾아 차량 번호를 보고 사건 접수를 하신 거라고 했다. 다친 데는 없었지만 꽤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사죄했고 아이가 안 다친 것만 보고 안심해서 돌려보낸 내 생각이 짧았다고 용서를 구했다.


처음엔 완강했던 아버님도 엄마께 전화를 했다는 사실과 내가 내려서 아이가 안 다쳤는지 확인하고 안아주는 것을 cctv에서 보시곤 마음을 누그려뜨려 잘 넘어갔다. 자전거 수리비라도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마다하셨다. 다른 금전적 이익이 아닌 진짜 아이를 생각하신 마음이셨다. 너무 죄송하고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진짜 그냥 간 건 아니라며 진심을 전하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아찔했다. 내 실수가 분명했다. 항상 마음과는 다르게 일이 흘러갈 때가 있다. 처음에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던 일이라서 큰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겪어서도 안되고 안일하게 대처해서도 안 된다는 타산지석이 되었다.


법을 악용되거나 보험을 타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유발하는 무서운 일들이 많은 세상에서 항상 조심 또 조심하고 어떤 크고 작은 사고든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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