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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Oct 11. 2024

고뇌하는 청춘

ㅡ'한국이 싫어서'ㅡ

영화 포스터

연기파 배우 고아성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 는 젊은 세대의 사고를 잘 반영한 영화였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에서 주인공 계나는 대학 졸업 후에 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인천에서 강남까지 두 시간 출근은 계나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회사에서의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며 단지 소모품이란 생각을 하며,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지 못하는 무기력이 찾아온다. 점심 메뉴 하나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상사에게 질책을 당하자 계나는 새로운 삶을 동경하며 한국을 떠나려 한다. 한국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말이다.


그 이유엔 가정형편도 한몫했다. 난방비를 아끼느라 늘 추위에 떨다 보니 따뜻한 곳을 동경했다. 재개발이 되면서 조금 넓은 아파트 평수를 분양받은 엄마가 계나에게 적금한 돈을 보탤 것을 요구하자 분노한다. 학자금 대출도 혼자 갚았고, 일하지 않는 여동생 미나에겐 기댈 수도 없으니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일에 숨이 막혔다. 단순하게 먹고 살면서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사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그대로 답습하는 인생이 답답하고 싫었다.


떠난다고 능사는 아니지만 계나의 뜻은 확고했다. 좀 더 따뜻하고 여유있는 곳에서 세상의 잣대와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하고 싶은 그 마음이 이해된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응원하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었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되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젊으니 도전하는 것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오래 사귄 남자친구 진명이 원하던 기자가 되면서 진명의 부모님께 인사드리지만 묘하게 무시 당하는 기분에 위축되고 자존심을 구기면서 진명과 크게 싸운 계나를 보면서 결혼도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는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한 것 같아 씁쓸했다.


혼자 술을 드시는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아버지 말을 듣고 드디어 원하던 뉴질랜드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계나이지만 벌써부터 어려움이 눈에 보인다.


어학연수를 받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팍팍한 삶은 그대로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 좌절하지 않고 마음만은 자유롭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열심히 적응하니 어느 덧 3년이 흘러간 뉴질랜드 생활은 한층 여유가 있어 보였다. 과외. 중계일. 판매 일까지 쓰리 잡을 뛰며 열심히 살던 계나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엘리란 친구가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스릴을 즐기는 영상을 찍은 일로 문제가 생긴다. 과거와 현재, 한국과 외국의 삶이 교차되면서 계나의 상황과 마음을 잘 보여주었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계나는 취업을 준비하던 동창 친구의 장례식에서 큰 충격을 받는다. 그와 함께 있던 햄버거 가게에서 나눈 대화와 그의 마지막 모습을 추억하며 엎드려 괴로워할 때 고뇌하던 젊은이들의 마지막 선택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계나에게 자신의 옆에 있어달라는 간곡한 진명의 말에 약간 망설이지만 끝내 뿌리치고 다시 떠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났다. 이번엔 도피가 아닌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임을 보면서 한층 성숙해진 계나의 모습이 비춰졌다. 미래의 불안감. 현실에 대한 고찰.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 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성장 영화였다.


헬조선이란 말은 젊은이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되었다. 돈만 많으면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한국이란 말도 있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수저로 한국에서 살기 너무 어려운 현실을 비판한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히 어려움은 있다. 든든한 부모가 옆에서 도움을 준다면 자리를 잡는 일이 한결 쉬워진다. 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스스로 강하게 자립하는 젊은이도 많다.


아들 친구 중에는 같은 고등학교에 같은 대학을 다닌 친구가 있다. 부모님이 안 계셔 할머니와 살던 친구여서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근로 장학생으로 학교에서 4년 내내 일할 수 있었다. 국가 장학금도 받아 등록금도 많이 면제되어 어떻게든 길을 찾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수저의 환경은 그 친구를 더 강하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홀로 서는 연습을 한 결과는 좋은 결실로 돌아왔다. 연상 간호사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쁘던지.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 너무 대견했다.


언니 딸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1년 간 다녀왔다. 늦은 나이에 갔지만 1년 동안 카페 알바와 유니클로 매장에서 일한 뒤 돌아올 때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하고 마치고 많이 성숙해졌다.


호주 어학연수에 갔다가 눌러앉아 대학도 자퇴하고 호주생활을 시작하면서 거기에서 다시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해 취업까지 해서 살고 있는 지인 딸도 있다. 부모님도 말리지 못한 딸의 선택은 결국 호주 남자를 만나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호주에 완전히 정착해 살며 만족하고 있다.


자신의 원하는 것을 이루고야 마는 지금의 세대가 난 부럽기만 하다. 기성 세대는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고 그러기엔 시야가 너무 좁았고, 무지했으며,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안일했다. 우리 세대의 고착된 사고방식과 다른 그들의 개방적 사고와 과감한 도전,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응원하고 존중한다.


부모님 세대가 현실에 순응하며 같은 방식과 가치관으로 살아왔다면 현재의 젊은이들은 그런 가치관을 거부한다. 왜 똑같이 살아야 하냐며 반문한다.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대로 살아간다. 결혼도 출산도 당연한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고, 당당하다. 열심히 일한 만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누리면서 온전히 자신보상과 자기만족으로 행복을 찾는다. 소소한 데서 행복을 찾고 행복을 과대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의 사고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며, 세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한 것이니 그 세대를 이해하고 품어야 한다. 건강한 사고를 가진 건강한 젊은이들이 고립되고 은둔 청년이 되고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세대가 되지 않도록 여러 대책 마련도 더불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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