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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마일

21.03.23

by 십육도씨

오랜만에 그리는 오늘의 차.

요즘 생활 패턴을 바꿔보려고 일찍 일어나고 있다. 미라클 모닝처럼 새벽에 일어나 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힘들어서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이른 일곱 시에 일어났다. 며칠은 일찍 일어나도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을 하는 영상을 보고 나도 한번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루틴 목록 중 하나는 차 마시기. 이른 아침부터 빈 속에 카페인이 들어간 차를 마시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카모마일 티를 마시기로 했다. 운동하고 샤워한 직 후에 마시는 차는 몸을 따듯하게 하고 기분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차를 마시면서 일기나 하루 계획을 쓰면서 최근에 든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었다. 밖에 나가는 일이 줄었어도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얻는 것들도 많은데 왜 아무런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가. 내 머릿속에는 파쇄기와 초강력 필터가 들어있어서 모두 갈리고 남은 아주 미세한 것들만 들어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연필을 쥐고 메모를 하다 보니 그냥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을 때보다는 스위치가 켜진 듯했다.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랐다거나 의욕이 갑자기 막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무언가가 나오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무언갈 끄적일 때 생각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수업 시간에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는데, 지금은 낙서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해야 할 일정을 마치면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고 연습장에 낙서나 메모를 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무언가가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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