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04
네임 어스 브라운 비스킷 라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항상 바쁘게 살면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 친구가 볼 때마다 참 멋지다.
그에 비해 나는 요즘 거의 밖에 나갈 일이 없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어떤 얘기를 할까 고민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시시콜콜한 근황 얘기, 요즘 관심 있는 것들을 얘기했더니 쉴 틈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카페는 네임 어스. 하얀 건물 외관을 보면 웨딩드레스를 대여해주는 가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그곳에 그런 가게를 본 적이 있다는 기억 조작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층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메뉴는 브라운 비스킷 라테였다. 말 그대로 갈색 과자와 과자 부스러기(?)가 올라가 있는 달콤한 라테. 말차 라테를 두고 고민하긴 했지만, 워낙 커피에 그런 과자들을 찍어먹는 걸 좋아해서 골랐다. 크림이 있어서 집에서 그냥 과자를 커피에 찍어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 내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구리 같다는 것. 여전히 나는 너무 내 방식대로만 사고하고 말한다.
책이나 영화를 자주 보긴 해도 나 스스로를 이입하고, 혼자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곤 해서 사람들과 만나 직접 대화하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대화하면서 생각을 주고받으면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가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당연하지 않았고, 당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란 걸 깨닫게 됐다. 나의 시야는 아직 좁아서 다른 사람들이 겪어본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게다가 요즘은 집에만 있다 보니 내 세계는 더 좁아지고 있는 듯하다. 사회생활이 필요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의견이 일치할 때도, 충돌할 때도 있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한 때는 사람에게 치이고 부딪히길 싫어했고,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래도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여기저기 여행하는 것 말고도 여러 사람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