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집단주의(혹은 사회주의)가 있죠. 서로의 생각을 비실제적인 허상이라고도 합니다.
개체 혹은 가산명사들은 구별하기가 쉽습니다. 부분은 당기면 전체가 끌려오죠. 사람도 귀나 손가락만 붙잡고 잡아당겨도 몸 전체가 끌려오죠. 어떤 손이 이 사람의 손인지 저 사람의 손인지 구별하기가 애매한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반면 불가산명사에 해당하는 물이나 소금 같은 것은 한쪽을 잡아당긴다고 해서 전체가 끌려오는 것은 아니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 해도 예를 들면 고깃덩어리 같은 것은 그것 자체가 단위로서 혹은 개체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빵덩어리나 심지어 백묵 같은 것도 불가산 명사로 취급합니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소모적으로 없어지며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련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전 부분의 성분이 동일합니다.
볼펜 같은 것은 그렇지 않죠.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들의 성질이 다르죠. 부분들은 밀접한 소위 유기적 연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부품들끼리는 서로 조직되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각 부품도 그러합니다. 엔진만으로는 쓸모가 없는 것이죠.
인간의 신체도 그러합니다. 서로 성질이나 역할이 다른 것들이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죠. 어떤 부분이라도 몸에서 떼어내면 기능을 상실합니다. 눈알도 머리에 붙어 있어야 그 요긴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뭐든 분리되면 양분과 산소의 공급이 끊기고 급격한 부패가 진행됩니다.
각 인간 개인의 신체는 독립된 신체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한 부분이 문제가 생기면 몸 전체의 활동이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몸의 상태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죠. 그렇게 하려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리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도 자신의 몸이 그 고통의 일부를 나눌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개체가 다르면 철저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입니다. 그러므로 타인과 밀접한 유기적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생리적인 면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반면 영적인 면으로는 철저하게 그 반대입니다.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는 하나도 빠짐없이 영양이나 산소를 조직적인 통로를 통해 공급받습니다.
인간의 영적, 지적, 정서적 양식도 그러합니다. 태어나서 반드시 누군가에게 공급을 받아야죠. 그런 것을 전혀 공급하지 않고 단지 밥만 먹여 목숨만 유지되는 존재라면 사람이라 할 수 없는 것이죠.
부모나 교사든 어떤 통로를 통해서건 반드시 언어를 배우야 하죠. 역사나 정치사상 같은 것도 배우게 됩니다. 종교를 통해 교리 같은 것도 배우게 되죠. 아이가 태어나서 이러한 것들을 외부에 공급에 의하지 않고 얻게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몸에서 잘린 신체 부위가 그 몸에서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이죠.
문제는 어떤 시스템 즉 어떤 몸에서 그러한 것들 공급받느냐 하는 것이죠. 성서는 신도 각 개개인을 하나의 몸의 지체라고 합니다. 그 몸의 머리는 예수이죠. 모든 영적 양식과 신선한 영적 공기를 공급하는 근원이기도 하죠. 오늘날도 천만 정도가 그 몸에 속해 있죠. (고전 6:15, 로마 12:5, 에베소 3:6)
세상 자체도 거대한 네피림과 같은 괴물 형상을 가진 몸들의 존재들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몸들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닙니다. 중병에 걸린 만신창이와 같죠.
사람들은 이런 몸들 중 하나에 속한 지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몸에서 계속 정보를 공급받죠. 그 지시에 따라 집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몸들끼리는 서로 싸우기도 하여 상대를 죽이거나 신체의 일부를 손상하기도 하죠. 역사상 많은 몸들은 죽기도 했습니다. 일부를 손상시키는 일은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죠.
그로부터 공급되는 것들에 세뇌되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배신이 되어 배척되죠. 경우에 따라 잘려나가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분리되어 자연인으로 혼자 산다 해도 이미 어떤 몸의 일부입니다. 그의 사고방식도 그 몸에서 공급받는 것이죠.
몸이 죽으면 그 몸을 이루고 있는 수십조의 세포도 함께 죽습니다. 하나의 세포도 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몸에 속해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몸에서 나와 다른 몸의 일부가 되는 선택은 가능합니다. 독립되는 것은 원리상 불가능합니다.
자유의 법칙은 어떤 법칙에도 우선합니다. 자신이 속할 몸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살려면 반드시 조직에 속해 있어야 하며 그것도 참조직에 속해 있어야 합니다. 그로부터 참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지식도 그런 통로를 통하여 공급받는 것이며 저는 단지 전달의 의무를 실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