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도
우발성은 인간의 생각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우연이라는 것은 실상은 알지 못하는 필연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우발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떠오르지 않도록 조정하거나 통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글 이 단상도 이 전에 계획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우발적으로 떠올랐고 그다음에 써서 올려 보아야 하겠구나 하는 계획이 생긴 것입니다.
계획, 의도보다 우발이 먼저인 것이죠.
수학 문제를 풀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나 바둑을 두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우발적으로 떠올라서 언제 그렇게 해보아야겠다고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죠. 그러나 실제 문제를 푸는 해법이나 정확한 수가 떠오르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원함대로, 의지대로 되지 않습니다. 떠올라야 그렇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떠오름은 전적으로 무작위적인 것은 아닙니다. 평상시에 뜻을 두고 한 공부의 양과 관련이 있습니다. 의지가 크고 공부를 많이 하였다면 떠오를 확률이 높은 것이죠.
인간의 정신의 작용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의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상과 형상이라는 것입니다.
현상은 즉각적이고 분명하고 믿을 수 있습니다. 감각기관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고 감각법칙의 지배를 받는 것입니다. 빨간 장미는 빨간 장미로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이고 또한 예쁘다고 느껴지는 것이 그것입니다. 모호한 면도 없습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며 관측되지 않는 것은 진리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과학의 두 기초 혹은 기둥도 논리와 관측입니다.
인간의 지성의 작용의 신빙성도 관측 유무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 즉 형상이란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분방하고 모호하여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형상신호란 제멋대로이고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의 성질이 그러한 것은 인간이 자신의 생각에 의지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생각이 산출한 모든 것은 틀린 것입니다. 모든 철학 사상이 그러하고 종교교리가 그러합니다. 모든 정치, 경제 관련 이념과 제도와 정책, 법들이 그러합니다. 자주 바뀌고 지역마다 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실패입니다. 그나마 확고하게 굳혀졌다는 이념이란 싸움, 전쟁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렇다는 생각은 인간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