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잠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인간은 매일 죽습니다. 밤의 어느 시점에 비실비실 쓰러져 죽게 되죠. 의식을 잃거나 깊은 잠에 빠지게 된 순간 의식이 완전히 없게 지게 됩니다. 존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성서에서는 죽음이 의식의 끊어짐이라고 하며 잠자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죽은 상태에 대해 신비스럽게 여길 필요가 없는데 매일 경험하는 것이죠. 우주에서 소멸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러나 깨게 되면 자아가 연속되어 있죠. 이런 면에서 잠은 신기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잠들게 되는 것은 완전한 무의식에 빠져 드는 것, 보지도 듣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게 되는 어떻게 보면 매우 공포스러운 상태인데 사실 잠에 대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은 비정상적이죠. 오히려 자지 못해서 즉 죽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수면제라도 먹어서 그런 무의식상태에 젖어들고 싶어 하죠.
인간은 이렇게 잠을 자야만 즉 죽은 상태가 되어야지만 살 수 있죠. 물론 먹어야 살고 숨을 쉬어야 살고 배설도 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죠. 온갖 치장을 하고 대중 앞에서 영웅대접을 받는 사람도 그러합니다. 인간은 매일 먹고 배설하고 늘 숨 쉬며 죽은 상태를 치러야 살 수 있게 그렇게 설계되어 있죠.
이러한 생존의 조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논리적인 비약을 하면 남을 지배하고 호령하고 힘을 바탕으로 상대를 굴복하게 하고 총칼을 휘두르는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고 먹고 씻고 치장을 하고 옷을 입어야 하는 과정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이 겸허하고 친절하고 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절대적이고 수동적으로 창조조건에 지배받는 피조물입니다. 그 조건을 거스르면 반드시 고통이 따르죠. 이는 삶의 반대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고의적으로 확고하게 이런 조건을 거스르며 사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추악한 사람들의 세계이죠. 세상이 만들어진 조건에 의해 당연히 소멸하게 되며 그때는 임박해 있습니다. 그러나 조건에 순응하는 사람들은 죽어도 그것은 잠과 같아서 순종하는 사람에게 원래 주어진 영속적인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