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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전달자 Apr 22. 2023

음악산책

음악산책


저는 태어나서 수십 년간 음악과는 그렇게 친하지 않은 채 살아온 것 같습니다. 고급스러운 차를 고풍스럽게 즐기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 한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해서 차에 동승하였는데 그때 그 차 안에서 등려군의 음악이라고 하면서 세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중 한 노래는 몇 번 들었던 것 같은 노래였고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 친구는 낮에는 등소평이 밤에는 등려군이 중국을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가수라고 하였는데 무감한 저로서는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때 간 음악회는 비트음악이 다루어졌는데 매우 인상 깊게 들어 그중 한 음악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듣는 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실비 바르땅의 '카로 모차르트',  정미조의 '아 사랑아'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는 정도였으니까요. 대학가요제에서 입상은 못했지만 최해경 박광주의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가 인상적이었고 산울림의 '아니 벌써'라는 노래도 재미있게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음악시간에는 교사로부터 너희는 영어 알파벳 26글자는 잘 외우면서 계이름 일곱 개는 왜 못 외우는 거냐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알라 푸가체프의 '백만 송이 장미'를 듣게 되었는데 이가 바로 음악감상의 귀가 열리는 시발점이었습니다. 첫 귀에 반하였고 일종의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음악감상을 잘하는 다른 친구한테 들어 보라고 했더니 아! 그거 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반응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약간 생각에 젖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실비의 몇몇 곡을 즐겨 감상하다가 드디어 등려군의 노래들이 강하게 귀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었고 그 뒤로 그녀의 열광팬이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수십 곡의 그녀의 노래를 매일 애창하다시피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c78RHeJwU 그 바로 뒤로는 러시아의 민속가수 마리나 데뱌토바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0vE6cUJU8hw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비키를 비롯하여 줄줄이 여러 가수들이나 그룹들의 노래를 듣게 됐죠. 그 노래들은 제게 인생 일대의 행복을 주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도 하였는데 그런데 저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없었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음악 취향도 유별나네와 같은 빈정거리는 반응도 있었죠. 

우연히 음악전문가를 한 사람 만나게 되었는데 그 사람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보는 것과 맛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공통적이다 그런데 음악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은 황홀경에 빠지게 되는 노래라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소음일 정도로 개인 편차가 극심하다는 것이죠. 주변에서도 신구세대 간의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엄청 다르다는 것은 종종 확인하게 됩니다. 트로트를 싫어하는 한 제 찬구는 술집에서 친구들과 노래 듣는 것으로 심하게 다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음악 전문가의 말에 크게 공감을 하고 더 이상 타인에게 음악을 들어보라는 권고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음악평론가의 다음과 같은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등려군의 음악회에서 그 노래를 통해 충분한 행복감을 맛보지 못하는 대부분의 청중들이 안타깝다는 취지였습니다. 


사실 음악에 대한 귀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각 음악이 그 절대적인 미적 가치가 있는데 귀가 개발이 되지 않아 즐거움을 못 느끼거나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친구의 권함으로 듣게 된 등려군의 노래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나중에도 어떤 노래는 듣는 순간에 강렬하게 빠지게 되었지만 어떤 노래는 수십 번 들은 후에 그 진가를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노래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정도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심미안의 개발정도에 달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칸트의 판단력비판에서도 이점이 입증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여러 가지 면을 직관적으로 음미하면서 '보는 음악'을 즐기는데 작곡가의 정신세계, 연출자의 감성능력,  사용되는 악기와 그 연주, 무희와 가수의 춤과 의상, 가수의 메이크업과 표정, 곡에 대한 전인격적인 소화력 등등 그 노래에서 간접적으로 연상되는 게 많아서 그 가수를 주인공으로 상상적으로 소설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요.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음악은 창조주가 인간에게 준 너무나 큰 행복을 주는 매력 넘치는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감사하면서 감상할 때 즐거움은 배가 되지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즐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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