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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
by
blandina
Aug 9. 2025
그대들은 살아오는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는가.
나는 스스로를 깔끔하게, 뒤끝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 믿었다.
잘못이 있다면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했고, 그 죄를 씻기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 과정을 거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은 어김없이 걸려오는 엄마의 영상통화.
목사님의 사모님인 엄마는 언제나 성경 말씀을 비유로 말씀하셨다.
그중에서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갚으라”는 말은 하루에도 한 번은
내 귀에 스며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누군가를 오래 미워해본 적이 없다.
미움은 나를 조금씩 갉아먹는 시간이라 여겼고, 가능한 한 빨리 용서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엄마는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이다.
삼남매가 모두 40대가 된 지금,
우리는 엄마께 감사하면서도 한 가지를 원망했다.
성실하고, 바르고, 착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
엄마에게는 당연했지만, 지금의 세상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
그러나 엄마는 사람이 성실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맞지 않는다고 믿으셨다.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시대와는 맞지 않아, 오빠와 동생은 잔소리에 지쳐 한숨을 쉬곤 했다.
아들 셋을 키우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딸과 아들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육아 서적의 제목 하나가 오래 남아 있다.
“고추 달린 아들을 이해 못하는 엄마?”
정신없고 산만한 그들의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다른 집 딸들과 달랐다.
누구보다 빠르고, 극성스러운 딸이었다.
하지만 아들 셋을 키운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목소리가 커지고, 이름을 부를 때마다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
거의 ‘반깡패’ 같은 엄마가 되는 일이었다.
사람마다 인생의 ‘리즈 시절’이 있다면, 내게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그랬다.
그 시절이 행복했느냐 묻는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
꽃처럼 예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잊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을 뿐이다.
지금 나는 그대들이, 그리고 나 자신이 대견하다.
누구나 견딜 수 없는 아픔이 있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생각이 있다.
나도 그렇다.
아들 셋에게 멋진 엄마이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편지와 이메일을 영어로 쓰고 싶었다.
“엄마도 포기하지 않았으니 너희도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몸을 단련해 보디빌더 대회에도 나가고 싶었다.
싱글맘으로 15년 동안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왔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멋진 엄마로 기억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하나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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