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

어떻게 믿을까

by 진화정


순도 100%

(어떻게 믿을까)


예전엔 내 사람이다 생각하고 함께 하면, 상대방을 100% 가까이 믿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거듭되는 인간관계의 허무함으로 인해 내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을 경험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내 생각 같지 않다는 것을. 나 조차도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전부 완벽하게 지킬 수 없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 있을까?


100% 온전히 믿음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대상은 하나님이지, 결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강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약할 수도 있다. 시공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는 강할지 몰라도 나중에 저기서는 약할 지도 모른다. 강함과 약함의 정의 자체가 시대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어떤 점은 강할지 몰라도 다른 어떤 점은 약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그런 약한 점까지도 인정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그러하듯이 남도 그럴 수 있다고. 내가 그러하지 않더라도 남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실수나 부진, 열외, 낙오 등을 조금은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물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 안에 들어 있어야만 안정감이나 만족감 내지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상식과 개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화를 내고 해코지까지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고 한계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정확히 결론 지을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려해야만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서로를 좀 더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다. 사람을 무조건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그 사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줄 수는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100% 완벽하다는 조건이나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딘가 좀 서툴고 모자라고 엉뚱하고 때로 바보 같아도 그 조차도 귀엽고 예쁘고 애달프고 그리운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다른 누군가를 그렇게 믿어주고 품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이제 그러고 싶다. 나를 혹사시키지 않고 잘 돌봐주고 싶다. 특별하지 않아도 소소한 나의 삶을 자유롭게 꾸준히 살아내고 싶다. 때로 흔들리고 넘어져도, 다시 함께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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