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천박하고 고귀한가

by 진화정


(무엇이 천박하고 고귀한가)


누구나 삶이 풍요로워지길 바라고 여유를 권하지, 쌀 한 톨도 없이 길바닥에 앉을 정도로 궁핍하길 권하지 않는다. 그것은 돈이 삶의 전부라거나 돈을 숭배해서가 아니라,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런 돈을 버는 행위나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을 천박하다고 여기거나 죄악시하기도 한다. 결국 본인들도 그 굴레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고 오히려 그 속도에 허덕이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강요하기도 한다.


누구나 이미 알듯이 돈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 쓰는 사람이 좋고 나쁜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번 돈으로 필요한 곳에 소중히 잘 사용하는 삶은 좋은 것이지 나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돈이 없이는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도 마시기 힘들고, 다음 정거장까지 버스도 타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일단 돈 이야기가 나오면 인상을 팍 쓰고 천박하다는 이야기를 당연하게 꺼낸다. 그럼 당신은 평생 커피도 마시지 말고 버스도 타고 다니지 말고 집에서 혼자 자급자족하며 지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집을 짓는 기술이 없으면 구석기시대의 원시인처럼 동굴을 찾아다녀야 할 텐데, 요즘 시대에 비를 피할 동굴을 찾기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 집에서 먹을 채소도 기르고 바느질을 해서 옷도 만들고 종이를 손수 엮어서 책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것을 혼자 다 해내려면 평생 일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뭐든지 시대적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정도를 찾아서 행동하며 살아야지 그렇지 않고 극단적인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면 무엇에든 노예의 삶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와 정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돈보다는 생명, 단순한 편리함 보다는 정당한 공익 등과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천박한 것은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고 다른 이를 천박하다고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생각보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접근해야 할 때도 있다. 세상엔 분명 천박한 것과 고귀한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구별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것들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우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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