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설거지 끝내고

by 진화정


잡생각

(설거지 끝내고)


오랜만에 알고 지내던 친구와 점심식사를 했다. 그 친구의 속내가 어떻든 익숙한 분위기와 거침없는 대화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아마도 그건 내가 상대방의 모든 생각을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몰랐다.


예전처럼 그저 놀고 싶을 때 아무런 걱정이나 근심 없이 놀고, 공부하고 싶을 때 몰입해서 공부도 하고, 쉬고 싶을 때 벌러덩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면.


그 시절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지만, 지금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의미 있고 보람되다고 느낀다.


참 단순하고 단순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나에겐 하나의 중요한 교훈처럼 다가온다. 때로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복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강박증에 걸린 사람 마냥 매사에 지독히 진지하고, 대단한 일이라도 할 것처럼 과장된 스케일을 구사하는 것이 때론 우습고 거추장스럽다.


그저 가볍지만 진실된 마음가짐으로, 그러나 너무 헤프지 않게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서로와 적정한 거리를 둘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내것네것 따지다 보면 참 피곤하고 재미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때로 좀 가볍고 싶다. 친구들과 텔레비전 속 개그맨들처럼 우스갯소리도 하고 싶고, 앙큼한 고양이처럼 매력을 발산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춤도 추고 싶고, 한낮에 팔자 좋은 누렁이처럼 편안한 자세로 꾸벅꾸벅 단잠을 자고 싶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 늘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순하면서도 발칙한 내가 되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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