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병원꿈

배신의 아픔을 느끼며

by 진화정


웰컴투병원

(배신의 아픔을 느끼며)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데, 방금 꿈에서 깼다. 너무 생생하게도 조금 씁쓸하고 조금 슬펐다. 다크초콜릿을 깨물었을 때의 맛이랄까.


꿈속에서 나는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환자복이 있길래 별생각 없이 그냥 입었는데, 보니까 누가 이미 입던 옷인지 주머니에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의 환자복이었다. 나는 난감했지만, 윤석열에게 새 환자복을 받아 갈아입고 이건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 자리를 벗어나 새 환자복을 찾으러 나섰는데, 엉뚱하게도 이리저리 헤맨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로 돌아가는 도중에 간호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아예 병원에 입원시켰고, 호적에서 파버렸는지 어쩐지 주소도 병원이 되어있었다.


어쩌나 하며 걸어가는데, 윤석열이 마주 걸어왔다. 윤석열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나는 반갑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오히려 그런 그를 그저 사람으로서 안쓰럽게 여겼다.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나는 당장 갈 데가 마땅치 않아서, 순간 윤석열에게 당분간 부탁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지 않고 내 갈 길을 갔다.


그리고 우리 신랑을 만나서 지금까지의 일을 간단히 이야기했는데, 왠지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나를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자, 나는 주소를 신랑집으로 변경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보같이.


다시 정리하자면, 나는 우연히(?) 윤석열의 환자복을 입었고, 집에서 쫓겨나 부모님에 의해 강제입원 당했으며, 신랑으로부터도 환대받지 못하는 입장이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병원에 남게 되었고, 윤석열은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집을 살 때 돈이 모자란다고 하시길래, 나는 흔쾌히 그동안 모아두었던 삼천만 원을 보태드렸었는데. 신랑과 결혼할 때, 결혼식 비용이며 신혼여행 경비, 빈 아파트를 채울 가구들을 비롯한 혼수도 아쉽지 않게 내가 번 돈으로 해결했었는데. 나는 왜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도대체 아무 사이도 아닌 윤석열과 나는 왜 그런 식으로 얽혔을까. 비록 꿈이었지만.


문득 웰컴투동막골의 여일(강혜정)이 생각난다. 무슨 내용인지 대충은 알 것 같은데, 아직 못 봤다. 이 새벽에 그 영화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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