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무도회장

by 진화정


묻지

(무도회장)


화려한 불빛

흥겨운 음악

저마다 한껏

멋을 부리고

가면을 썼어


일단 건네보는

샴페인 한 잔

주저 없이 받아

단숨에 마시면

재촉하는 손


그 손에 이끌려

걸음 두 걸음

박자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문득 궁금해


까만 가면 뒤

감춰진 너의 민낯

깊은 동굴 같은

너의 두 눈이

뭘 숨기고 있나


넌지시 이름을

물어보면

허리는 활처럼

바닥에 닿을 듯

휘어버리고


닿을 듯 말 듯

좁혀진 우리 사이

그러나 쉽게

말하지 않지

그 이름조차


넌 단지

내 시간을

야금야금

먹어치울 뿐

아무 말도 않지


음악이 바뀌자

넌 싱겁게

눈인사를 하고

딴 먹잇감 찾아

자리를 옮겨


그러나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아

원래 이곳은

그런 바닥이라

제발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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