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사건의 본질

by 진화정


오만과 편견

(사건의 본질)


사람들은 어떤 문제나 사건이 터지면, 그것의 본질이나 해결방안을 다각적, 심층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어떻게든 깔끔하게 정리하려 한다. 그래야 왠지 찜찜하지 않고 속 시원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정리된 내용을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스스로 믿으려 한다. 과녁에서 살짝 빗나가더라도 비슷한 방향으로 갔으니, 그럼 됐다고 생각하는 태도.


나는 신랑과 다툰 후 엄마에게 하소연하다가, 도리어 엄마에게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엄마와 나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현재까지 어떤 문제가 계속 쌓여왔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 상황을 보고,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소리를 할 것이다. 마치 멀쩡한 사람을 자신이 만든 작은 침대에 눕혀놓고 삐죽 나온 몸의 일부분을 톱으로 쓱싹쓱싹 잘라내는 형국인데, 사람들은 매우 깔끔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손뼉을 친다.


부디 그런 문제나 사건은 본인들끼리 나누고 해결하도록 지지하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렇다 저렇다 하다가 엉뚱한, 혹은 억울한 결론에 이르는 상황을 지켜보는 심정이란 난감하고 속상하다. 아무리 그 사람들이 뭐라 떠들건, 신경 쓰지 말고 내 갈 길을 가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의외로 그런 엉터리 결론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모습이 눈에 띄면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냥, 저 이는 지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나 보다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일까.


과연 저 침대에 누울 사람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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