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보물찾기
(에피소드4)
아무래도 백령도에서 잊지 못할 기억은 뭐니 뭐니 해도 바닷가에 펼쳐져 있던 반짝이는 백사장이다. 가끔 우리는 아버지와 친한 군동기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갔다. 한쪽에 간단히 텐트를 치고 아버지들은 각자 낚싯대를 손질했다. 어머니들은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서 식재료와 코펠 따위로 가득한 가방을 열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을 뒤로하고 해변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이 해변엔 작고 예쁜 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오랜 세월, 파도에 수천, 수만 번 씻겨서 동그랗고 반질반질해진 콩돌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저마다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느새 어머니들도, 아버지들도 모두 해변 어딘가에 숨겨진 멋진 돌들을 찾아 헤맸다. 지금도 친정에 있는 원목 장식장에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위스키병 안에 몽글몽글 콩돌이 가득하다.
해변엔 작은 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각양각색의 돌 위에 새겨진 독특하고 멋진 무늬를 찾아다니셨다. 예를 들어, 마치 기도하는 모습이나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 같은 무늬, 형이상학적인 모양의 돌들. 아버지는 그 돌들을 소중하게 집으로 가져와서, 나무를 고르고 매끈하게 깎아 각 돌의 모양대로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돌을 하나씩 올려놓으셨다. 그리고는 그 돌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하셨다. 이건 뭘 닮았다느니, 저건 뭘 상징하는 듯하다느니..... 아버지는 무척 만족스러워하시면서 장식장 문을 여닫곤 하셨다.
백령도의 해변은 군용 헬기의 착륙장소로도 이용되기도 했다. 6.25 전쟁 당시엔 천연비행장으로도 활용되었지만, 지금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차량통행이 제한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닷가에서 누리던 즐거웠던 시간들, 어쩌면 대단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소중하게 간직된 추억의 장소들. 지금은 알아볼 수 없게 많은 것들이 변했고, 나 역시 세상의 흐름 따라 변해왔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