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란
원숭이와 사과나무
(천국이란)
어느 숲 속에 사과나무 밭이 있었다. 누가 심어놓았는지 어쩌다 그렇게 자랐는지는 잘 모르지만. 때로는 따뜻한 햇빛이 비치고, 때로는 거센 비바람이 오고. 사과나무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나면서 더욱 튼튼해졌다.
그리고 어느덧 사과나무에 열매가 열릴 정도로 컸다. 그러자 숲 속의 원숭이들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나무를 하나씩 지목하며 자기 나무로 삼았다. 원숭이들은 어서 나무가 더 자라서 열매가 열리길 바라며 어떤 날은 거름도 주고, 어떤 날은 물도 주었다. 그러나 대부분 일하거나 노느라 사과나무에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날들도 많았다.
그러던 가을의 어느 날, 어떤 원숭이 한 마리가 여행을 하다가 그 숲에 이르렀다. 그리고 긴 여행으로 몹시 목이 마르고 배가 주렸던 원숭이 앞에 사과나무 밭이 나타났다.
"우아~~~."
마침 사과나무에는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그 원숭이는 사과나무들 중에 한 나무를 골라 사과 세 개를 땄고 그 자리에서 아삭아삭 맛있게 먹었다. 달고 시원한 사과즙과 향이 입안에 퍼졌고 곧 배가 불렀다. 그 원숭이는 오랜만에 무척 행복해졌다.
그런데 어쩌다 이 광경을 목격한 원숭이가 있었다. 이웃집에 놀러 가다가 어떤 원숭이 한 마리가 친구의 사과를 따먹는 걸 본 것이었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원숭이들을 데리러 서둘러 달려갔다.
여행하는 원숭이는 배가 부르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 사과나무 아래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눈을 스르르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자기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을 떠보니, 여행하는 원숭이 주변을 다른 원숭이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고, 눈을 비비고 일어난 원숭이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무슨...... 일이죠?"
"이 사과나무는 내 것이오."
사과나무의 주인이라고 나서는 원숭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열매가 열리길 바라고 이 나무에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기다렸는데, 당신이 내 사과를 먹어버렸잖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원숭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랬군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여행을 하던 중인데, 어쩌다 보니 여러 날 굶게 되었고 마침 이 사과나무를 발견했지 뭐요."
"허허, 아무리 그렇다고 도둑질을 하면 안 되지."
주위의 원숭이들이 쯧쯧 혀를 차면서, 여전히 난처해서 울상이 된 원숭이에게 돌아가며 한 마디씩 했다.
"그럼 어쩌지요? "
그때, 처음부터 이 광경을 지켜보던 까치가 한 마디 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 사과밭은 누가 심었는지 어쩐 지도 모르오. 그저 원숭이들이 사과나무를 한 그루씩 나눠가졌을 뿐. 그냥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는 게 어떻겠소?"
그러자 원숭이들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했고,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어디선가 욕하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까치는 아이쿠 이러다 큰 일 나겠구나 싶어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흠, 그렇다면 이건 어떻소? 어차피 이곳 원숭이들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어이, 여행하던 길이라 했소? 여기서 얼마 더 들어가면 커다란 바나나밭이 있다오. 물론 그 바나나밭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라오. 괜찮다면, 그 바나나밭에 가서 쉬는 게 어떻겠소? 배고파서 먹은 사과 세 개 대신에 바나나 세 개를 따다 주면 되지 않소?"
그러자 난처하고 미안해서 울먹거리던 원숭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소, 내가 곧 그 바나나밭에 갔다 오겠소, 정말 고맙소. "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원숭이들은 사과나무 한 그루씩만 가지고 있는데, 그 원숭이는 이제 커다란 바나나밭에서 혼자 배불리 바나나를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여행하는 원숭이는 다시 무척 행복해졌고, 친절한 까치에게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