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게 은밀하게
동네 바보형
(위대하게 은밀하게)
어느 동네마다 하나쯤
있을 법한 바보형이
슈퍼마켓에 간다
두부 한 모랑,
콩나물 한 봉지,
그리고 소주 한 병
동네 사람들 뒤에서
수군수군 거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한 손은 주머니
다른 한 손엔 봉다리
흔들흔들 걷는다
그냥 집에 들어가긴
너무나 아쉬워
그네에 앉아 흥얼흥얼
늘 그렇듯 엄마 심부름
너무 늦으면 혼나니
서둘러 집으로 걷는다
누군가는 냄새난다고
누군가는 창피하다고
누군가는 쓰레기라고
내가 보기엔 그저
지극히 평범하던데
지극히 무해하던데
왜 그리 손가락질인지
왜 그리 침을 뱉는지
그래도 되는 것인지
그냥 그대로 두면 안 되나
지금은 뭔가 안 풀리나 보지
언젠가 해 뜰날도 있겠지
오늘도 붉은 노을 속으로
까만 봉다리 흔들며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