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저 코인 투자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가 최근 몇 년간 계속 화제가 되면서 이제는 꽤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은 코인 투자를 주식 투자처럼 보편적인 투자라기보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상화폐 시장은 코인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한, 완전히 분리된 세계일까요?
저는 몇 년 전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부터 가상화폐 시장이 전통 금융시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나아가 실물경제와 거시경제 변수들과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꾸준히 고민해 왔고 가상화폐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존재를 매개로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상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단순히 코인판 내부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이 무엇인지, 왜 단순하게 여러 코인 중 하나가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을 이어주는 핵심 고리로 기능하는지 제 연구논문들을 기반으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위 그림은 제가 가상화폐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제 나름대로 큰 틀에서 정리해본 것입니다. 일단 이 그림은 가상화폐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눕니다. 하나는 가격이 계속 변하는 가상화폐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이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같은 코인들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투자자산으로는 관심을 받지만, 화폐처럼 가격이 안정된 교환수단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격이 안정되도록 만들어진 코인입니다. 핵심은 법정화폐에 가격을 고정시키는 것인데, 대부분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1코인이 1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됩니다. 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운 대표 사례가 테더(USDT)이고, 현재는 USDC 같은 코인들도 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다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아닙니다. 그림에서 보듯 스테이블코인은 다시 알고리즘 방식과 담보 방식으로 나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별도의 실물 담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 같은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는 구조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격이 1달러보다 위로 올라가면 공급을 늘리고,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시장이 흔들릴 때 신뢰가 무너지면 가격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2022년 테라, 루나 사태 당시 붕괴했던 테라가 대표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고, 그 사건은 ‘담보 없이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발상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이후 시장에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지금은 이 방식 자체가 사실상 주류에서 밀려난 분위기입니다.
반대로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 담보를 잡습니다. 즉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그에 상응하는 자산을 뒤에서 받쳐둠으로써 1달러 고정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담보형 스테이블코인도 또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법정화폐 기반 담보형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화폐 담보형입니다.
우리가 흔히 시장에서 보는 USDT나 USDC는 법정화폐 담보형구조입니다. 이 코인들은 미국 국채나 은행 예금과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담보로 잡고 1달러 가치를 유지합니다. 이 지점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코인판 내부의 결제수단이 아니라 전통 금융시장과 직접 맞닿는 이유입니다. 겉으로는 디지털 코인이지만, 그 코인의 신뢰는 결국 현실 금융자산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DAI 같은 코인은 가상화폐 담보형에 해당합니다. 달러 예금이나 국채가 아니라 이더리움 같은 다른 코인을 담보로 잡고 가격을 1달러에 맞추려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담보 자체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담보를 잡는 구조가 필요해지고, 시장이 급락하면 담보가치가 흔들리면서 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가격이 안 움직이는 코인이 아니라, 그 안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유지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테라 사태 이후 시장은 알고리즘 방식의 취약성을 뼈아프게 경험했고,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중심은 점점 담보형, 특히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