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른다고 회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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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뜨겁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2,000포인트대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한때 상상 속 숫자에 불과하던 5,000포인트를 넘어섰고, 십만전자가 꿈처럼 여겨지던 삼성전자 주가 역시 어느새 16만 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시장의 분위기가 이 정도로 달라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그야말로 역사적인 반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가가 오르면 그 해당 회사에도 당연히 엄청난 호재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언론에서도 주가 상승을 곧바로 기업의 성공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인식은 더 자연스럽게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아무리 올라가도 회사가 가만히 있으면, 그 주가의 상승이 곧바로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주식’이 무엇인지부터 한 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은 회사의 소유권을 잘게 쪼개 놓은 증서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회사를 처음 설립하면서 철수에게서 50만 원을 투자받고 그 대가로 회사 주식 50주를 주고, 영희에게서도 50만 원을 투자받아 주식 50주를 발행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회사에는 총 100만 원의 현금이 들어오고, 그 자금은 임대료를 내거나 설비를 마련하는 등 회사의 성장을 위해 실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때 회사는 100주를 발행했으므로 주식 한 주의 가격은 1만 원이 됩니다.


이제 철수가 보유하던 회사 주식 50주 중 10주를 제3자에게 100만 원에 팔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거래를 통해 철수는 큰 차익을 얻었고, 거래 가격만 놓고 보면 주식 한 주의 가격은 10만 원이 됩니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 주가가 10배가 됐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래로 회사에 새로 들어온 돈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 100만 원은 전부 제3자의 지갑에서 철수의 지갑으로 이동했을 뿐, 회사의 금고에는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여전히 처음 투자받은 100만 원 그대로이고, 투자 여력이나 재무 상태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은 회사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는 의미일 뿐, 회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로 이 지점이 주가 상승과 기업의 자금 조달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거래는 기존 주주들 사이의 소유권 이전일 뿐이고, 회사가 직접적인 혜택을 얻는 순간은 따로 존재합니다.


이제 제가 이처럼 높아진 평가를 바탕으로 회사 주식을 새로 발행해 한 주당 10만 원에 100주를 판매한다면, 그 순간 회사에는 1,000만 원의 현금이 새롭게 유입됩니다. 같은 수의 주식을 발행 해도 더 많은 현금이 들어 오는 것이 주가 상승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로입니다. 이전까지는 주주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평가의 상승이, 이때 비로소 회사의 실제 자본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 자금은 다시 투자와 확장, 연구개발 등 회사의 성장에 직접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회사의 재무활동을 유상증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 주주였던 철수와 영희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식이 새로 발행되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이라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내 몫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그래서 유상증자에 반감이 생기기 쉽습니다. 게다가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이 곧바로 높은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새로 들어온 자금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에는 지분 희석에 대한 부담만 먼저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유상증자는 종종 주가를 눌러버리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며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상장기업들이 이런 상황입니다.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3조 6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확보한 자금으로 방산 분야의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자본 조달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발표 다음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약 13% 급락했고, 왜 하필 지금 유상증자냐는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금융당국까지 제동을 걸면서, 결국 해당 유상증자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유상증자는 나쁜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은 수십 년간 사실상 유상증자를 하지 못해 왔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주가는 그 사이 수십 배, 수백 배까지 상승했지만, 그 주가 상승 때문에 회사로 직접 유입된 자금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계속 높아졌지만, 그 평가를 활용해 자본을 조달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정적 제약이 컸던 셈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선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함께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가 높다는 것은 기업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고, 유상증자는 그 기대를 실제 성장과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입니다. 유상증자를 무조건적인 주주가치 훼손으로만 인식하기보다, 조달된 자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를 따져보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주식시장이 커진 만큼, 기업이 그 커진 시장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는 인식 역시 한단계 진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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