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금리에 영향을 미치나

지난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1코인 = 1달러라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발행한 코인만큼의 달러 또는 단기 국채와 같은 안전한 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언제든 코인을 달러로 상환해 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 역시 결국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 기반하고 있으며,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의 은행과 본질적으로 같은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까지 설명드렸습니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아무리 300조 원 수준까지 커졌다고 해도, 미국 국채 시장은 수십조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채권시장입니다. 이런 거대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같은 비교적 작은 참여자가 과연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매우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자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발행과 소각 과정을 통해 실제로 미국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관련 논문인 Macro-financial Impact of Stablecoin’s Demand for Treasuries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소각이 실제로 미국 국채 시장의 가격과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이루어지는 정확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후의 단기국채 금리 변화를 고빈도 데이터로 추적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국채를 보유하는 수동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국채 가격을 움직이는 능동적인 수요자라는 점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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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실제로 미국 단기국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핵심 결과입니다. 분석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미국 단기국채 가격를 추종하는 ETF의 가격 변화를 기준으로, USDT가 대량 발행되는 시점을 중심으로 전후 몇 시간 동안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비교했습니다. 그림의 가로축은 USDT 발행 시점을 기준으로 한 시간 단위이고, 빨간 세로선이 바로 USDT가 대량으로 발행된 순간입니다. 세로축은 해당 ETF의 수익률을 basis point 단위로 나타낸 것입니다.


결과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USDT가 대량으로 발행되기 전까지는 ETF 가격에 뚜렷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발행 직후, 특히 발행 후 1시간 시점에서 ETF 가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이 확인됩니다. 채권 ETF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로 단기국채 금리가 하락했다는 뜻입니다. 즉, USDT 발행이 이루어진 직후 실제로 단기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그 결과 가격이 올라가고 금리가 내려간 것입니다.


이 결과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 내부의 숫자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준비자산을 구성하기 위해 실제로 미국 단기국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전통 금융시장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 측면에 새로운 USDT가 생기는 순간, 자산 측면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국채 매입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이 거래가 시장 가격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이 그림이 중요한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토큰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 국채 시장의 새로운 구조적 수요자가 되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규모만 보면 아직 미국 전체 국채시장에 비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발행이 집중되는 단기 구간에서는 가격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만큼 이미 중요한 참여자가 된 것입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나 자동차 대출 금리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금리들이 미국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의미는 더 분명해집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수록, 그 발행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채 수요의 변화는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통 금융시장의 금리 수준 자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디지털 자산 생태계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미국 국채 시장을 통해 전통 금융 시스템의 금리 구조와 연결된 새로운 금융 주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코인런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들이 불안해져 발행자에게 코인을 돌려주고 달러 상환을 한꺼번에 요구하게 되면, 발행자는 그 요청을 충족하기 위해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대량으로 매각해야 합니다. 국채는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게 됩니다.


미국 단기 국채 금리는 단순한 금융상품의 금리가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자동차 대출 금리, 기업 대출 금리 등 경제 전반의 금리 구조를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에서 시작된 자금 유출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금리 상승이 다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이며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화폐 시장 안에서만 돌고 도는 디지털 토큰이 아닙니다. 발행이 늘어날 때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며 전통 금융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반대로 신뢰가 흔들릴 때는 국채를 매각하며 금리와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자산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진다면, 그것은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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