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의 균형이 바뀌었다

수영장에서 깊게 다이빙을 해본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귀가 아파오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대기 중에서는 귀 바깥의 압력과 귀 안쪽의 압력이 같아 고막이 제자리에 있지만, 물속으로 내려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물의 압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귀 바깥의 압력이 안쪽보다 강해지고, 그 결과 고막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대기 중에서 균형을 이루던 고막의 위치가, 물속에서는 더 이상 균형점이 아닌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균형점도 바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말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한때 달러당 1,430원대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다시 빠르게 반등해 오늘 1,470원 선까지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환율 안정을 위해 투입했던 수조, 혹은 수십조 원 규모의 달러는 시장의 흐름을 잠시 늦췄을 뿐, 새로운 가격대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개입 효과는 사라졌고, 환율은 다시 원래 가려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달러당 1,400원을 넘기면 외환위기가 오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에서는 1,500원이라는 숫자조차 더 이상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인식되지 않는다. 달러당 1,500원, 혹은 그보다 높은 환율 수준 역시 새로운 환경에서는 충분히 현실적인 범위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원화로 투자하고 있는 미국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이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모두 연 10%로 동일하다. 이 경우 이 미국인은 한국에서 이자를 받든, 미국에서 이자를 받든 수익률이 같기 때문에 굳이 원화를 팔아 달러로 옮길 이유가 없다. 다른 행동을 할 유인이 없는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균형 상태라고 부른다.


이제 어느 날 미국의 기준금리가 20%로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상황은 즉시 달라진다. 미국에서 달러로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원화로 10%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미국인은 보유하고 있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이 순간, 기존의 환율 1,000원은 더 이상 균형 가격이 아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의 상대가격은 떨어지고 달러의 상대가격은 올라간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1,000원에서 1,010원, 1,020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외환위기가 아니라 금리 차이로 인해 새로운 균형을 향해 가격이 이동하는 정상적인 조정 과정이다.


환율은 이렇게 상승하면서 자본 유출 압력을 스스로 완화한다. 환율이 오를수록, 한국에 남아 원화로 이자를 받았을 때의 달러 기준 수익률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이 충분히 진행되면, 한국에서 10%의 이자를 받았을 때의 기대수익과 미국에서 20%의 이자를 받았을 때의 기대수익이 다시 같아지는 지점이 나타난다. 바로 그 환율 수준에서 자본 이동은 멈추고, 외환시장은 새로운 균형에 도달한다.


Screenshot 2026-01-13 at 10.29.12 PM.png 출처: 연합뉴스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렇다. 위 기준금리 그래프에서 보듯 2022년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런 환경에서는 외생적인 개입으로 환율을 일시적으로 눌러도, 시장의 균형 가격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환율은 다시 튀어 오를 수밖에 없다. 마치 스프링을 억지로 누르면 잠시 내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손을 떼는 순간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동하는 것과 같다. 원달러 환율은 과거의 균형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바뀐 환경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환율 상승을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제2의 IMF’로 보기는 어렵다. 1997년 당시에는 정부가 환율을 사실상 고정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이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환율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 유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외환 보유고가 소진되면서 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달러 환율은 시장에서 조정될 수 있고, 가격은 금리 차와 자본 이동을 반영하며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자산의 달러 기준 수익률은 개선되고, 자본 유출 압력은 점차 완화된다. 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는 있어도, 가격 조정이 작동하지 않던 과거의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물론 높은 원달러 환율 환경이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키우며,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은 외환위기의 재현이 아니라, 이미 바뀐 경제 환경 속에서 더 높은 환율 수준을 새로운 균형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깝다.


수영장에서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수면 위에서 맞던 균형은 깨지게 된다. 이때 코를 막고 귀에 힘을 주어 고막을 밖으로 다시 빼는 행동은 위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아니라, 귀 안과 밖의 달라진 압력에 몸을 적응시키는 과정이다. 지금의 환율 환경도 다르지 않다. 과거의 균형을 되찾으려 하기보다, 이미 달라진 환율 수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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