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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피 Feb 06. 2023

멀지만, 가까운 존재들 (2)


나 : “인터뷰해야 된다”

누나 : “인터뷰? 무슨 인터뷰? 귀찮게 하지 말고 ㅇㅇ이 머리 좀 말려주라”
나 : “뭐 머리 말리고 나면 인터뷰해줄 거가?”
누나 : “해 줄게”


아무 말도 못 하고 기저귀를 채우고 셋째 조카의 잠옷을 입혔다. 젖은 머리는 드라이기로 10분 동안 말려 주었다. 뽀송하다. 아기 특유의 냄새도 난다. 그리고 잠도 재웠다. 역시 육아는 힘들다. 이런 육아를 3번 한 누나는 대단하다.


누나

필자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가?

- 보통 남매 사이라고 하면 티격태격하는 이미지가 있다. 딱 그런 사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3살 차이기도 하고, 남동생이라 그런지 딱히 접점이 없었다. 그러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을 제외하면 서로 의지할 곳이라고 생각이 든 것 같다. 바르게 잘 자란 것 같다고 생각한다. 3명의 조카가 생긴 외삼촌이 되었는데 잘 챙겨주고 또 좋아해 준다. 이 부분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어릴 적 누나와 나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그 흔한 싸움도 없었다. 말 그대로 서로 무관심. 그러다 누나가 결혼을 하고 고민과 육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화도 많이 났었다. ‘어쩌면 누나를 아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시간이 생기면 누나를 많이 도와주려 한다.)


가족에 대한 기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뭐든 우리와 같이 하고 싶어 하셨다. 여행을 갈 때도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기셨고,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신 것 같다. 그래서 어릴 때 가족끼리 함께 갔었던 여행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버지께서는 텐트를 치고 계시고 어머니랑 이것저것 같이 준비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는 어려서 밖에 나와 있는 게 귀찮고 싫었던 것 같은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한번 더 추억하니 음식도 나눠 먹고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님과 함께 공유했던 이런 경험들을 자식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잘 웃는 사람인가? 나를 웃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 최근의 나는 잘 웃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웃는 모습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아마도 현실에서는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나를 웃게 만드는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누나는 늘 본인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인물이었다. 포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누나도 이제는 본인보다는 자식들과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조금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지만 이제는 조금은 더 본인을 위한 욕심을 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근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있다면?

-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전화 영어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예전 손 놓았던 영어 공부를 다시 하면서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고민은 뭔가?

- 아마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육아는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고 많은 것들을 보여 주고 싶은데 이런 고민들이 최근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인 것 같다.

(내 기준의 좋은 부모는 자녀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누나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현재 미혼이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될 것이다. 이런 날이 온다면 나도 당연하게 저런 고민들을 하게 되겠지?)


새로운 2023년 각오한 것들이 있다면?

- 2023년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많다.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다


2024년 내년의 자신에게 조언을 해본다면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가?

- 지켜 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항상 자신의 몸을 챙기길 바란다.


설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앞서 이야기했듯 가족이라는 존재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적어도 가족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존재라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또 잊으며 지냈었다. 일에 치여, 주변 관계에 치여 뒷전이 되었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응원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같이 행복을 나누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고통을 나눴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내 원천이 되어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고 나라는 존재를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평소 애정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런 스테레오타입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에게 최대한 관심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계기로 어릴 적 숙제로 열심히 만들었던 가족 신문 만들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몰랐겠지. 지금 내가 또다시 인터뷰로 가족에게 질문을 하게 될 줄은. 생각보다 인터뷰는 일상 속에 가까이 그리고 쉽게 해 볼 수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들도 가장 가까운 존재들을 더 늦기 전에 인터뷰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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