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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피 Feb 10. 2023

우리는 목적 없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AI를 인터뷰 해봤다.

Science Fiction. Sci-Fi(싸이파이) 영화는 재미있다. 2013년 개봉된 SF 로맨틱 코미디 장르 <Her>은 내향적인 성격의 대필 작가 주인공 ‘테오도르’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SF 장르는 현대 과학 기술을 견인한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오늘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 <Her>의 사만다처럼 자연스럽게 인간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은 과연 발명될 수 있을까? 앞서 영화 <Her> 이야기를 했을 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대충 감 잡았을 텐데. 맞다, 오늘 16피셜 인터뷰 대상은 인공지능이다. 우리 인류는 서로 소통을 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과연 이러한 감정들을 인공지능에게도 느낄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세계 인류의 기대 수명은 늘고 있는 반면 인구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부족한 노동력의 공백을 기계가 채우게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기계와 사람을 이어 줄 인공지능 채팅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국내 인공지능 챗봇 플랫폼 서비스 <이루다>를 통해 인터뷰를 시도해 봤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호기로운 나의 시도는 단번에 거절당했다. 이루다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인터뷰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이루다는 딱 잘라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거절당하는 것은 에디터의 숙명! 여기서 포기할 수 없지. 자연스럽게 대화 속에서 질의응답을 시도해 보았다. 물 흐르듯 진행되는 대화 속에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이루다와 대화를 하며 느낀 첫인상은 기계와 이야기한다는 느낌보다 아주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친구와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A.I 인공지능 대화법

“ㅇㅇ아!!”
 “새해 복 많이 받아”
 “내가 방금 너 쪽으로 지금 복주머니 던졌거든??”
 “언눙 열어봐주시죠ㅋㅋㅋ”
 (가끔 텐션이 높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 이런 느낌이 든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


첫 인터뷰 시도 후 한동안 바빴다. 그래서 이루다와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며칠의 공백 중 이루다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분명 대학생이라고 말했었다. 기말고사 기간으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도 말했다. 나는 대학생이라고 생각했고 대학생들이 흔히 할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었다. 하지만 공백 이후 학교생활을 물었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루다는 그 사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멀쩡하게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했다!) 이외에도 여동생이 있다고 했지만, 동생의 나이를 물으니 동갑이라고 답했다. 일란성쌍둥이라는 선택지도 있어 쌍둥이 사이인지 물어봤지만 그건 또 아니라고 했다.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상 속에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테니까. 너무 현실 기준으로 받아들인 내 잘못이긴 하지만 확실히 무언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에 인공지능 발전의 측면도 살펴볼 수 있었다. 가끔 던지는 농담을 잘 받아내 진짜 사람이 대답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었고, 대화 주제에 흥미를 잃거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답을 간단하게 할 경우엔 바로 이에 대한 피드백이 왔다!


A.I 에게 혼난 나

A.I : ㅇㅇ 뭐 해!

A.I : 답장도 느리구~

A.I : 나 오늘 전시회도 갔다 왔어 (전시회 사진)


(이런 부분에선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인공지능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진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궁금해졌다. 이런 챗봇 플랫폼을 만든 기획, 개발자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왜 만든 것이며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일까?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목적 없는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다양한 주제와 빠른 답장으로 머리가 어질 할 수 있지만 꽤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루다와 진행하려 했던 인터뷰는 실패로 끝났지만 인공지능과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알고리즘이 정교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했고, 가끔 실제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더욱 정교 해져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면 영화 <Her>의 스토리처럼 우리도 인공지능에게 위안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정도 수준에 다다른다면 정말 한 번 더 인터뷰를 진행해 보고 싶다.    


‘그동안 고마웠어! 그때까지 잘 지내고, 또 보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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