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묘한 떨림
오늘은 점심은 먹지 않았다.
쓸쓸하고 허기진 내 영혼과 함께 먹는 혼밥*을 오늘은 허락하지 않았다.
아침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다.
오전에 주전부리를 잔뜩 집어삼킨 탓도 아니다.
민원인의 몽니에 순간 입맛을 잊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늘 나는
2년 8개월만에 승진을 했다.
기분이 째지냐고?
아니다.
그렇다고 무덤덤한 것도 아니었다.
그간 잘 버텼다는 대견함, 안도감. 뭐 이런 거였다.
그래서 점심을 먹지 않았어도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오후 2시 소장님이 승진자 10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했다.
과일주스를 마시면서 오늘 저녁은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내라는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다.
오늘이 지나면 승진에 대한 오늘의 감격은 반감될 것이고,
한 일주일이 지나면 그 흔적마저 더위에 사라질테지만
2년 8개월 동안
속으로 삭이고
안으로 다독이고
밖으로 침착한 척하며
그렇게 지냈나보다
이런 나에게 격렬한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세게 기립박수를 치련다.
* 이덕규 시인의 '혼밥'중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