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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Apr 17. 2024

가끔 생각나는 사람

- 소식 없더라도 잘살았으면 하는 사람

가끔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누구냐고?

음 인연이 좀 깊은 사람 좀 사족을 붙이자면

결혼의 문턱에서 멈춰서서 각자의 길로 되돌아간 사이

이러면 말하면 될까


몇 년간 연락이 없다가도

간혹 메일로 그러다가 소식이 끊기는 그런 사이

보낸 메일을 보면

한 글자 한 글자 마다 표정이 엿보인다

무심히 써내려간 글자마다 지나온 세월이 묻어난다


어느 때는 내 답장이 늦어질 때가 있다

머리를 긁적이다 시간만 잡아먹는 그런 순간이 있다


대학교 때였나 이런 말을 많이 들었었다

"아내 말 잘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아내와 맨발                                                                           우대식

신(神)께서 말씀하셨다

끼니 거르지 말라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지갑에 돈 없으면 추레하니 얼마라도 지니고 다니라고

그러던 신(神)께서 아파 누었다

이마에 돋은 정맥이 파르르 떤다

신(神)께 잘못했다고 수천 번을 빌었지만

신(神)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당신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저 탕아는 또다시 고모라 성(城)을 헤맬 것이라는 사실을

신(神)이 누워계신 한 계절

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막에서 주막으로 돌아다녔으나

신(神)께서는 끝내 모른 채

누워계셨다

어찌 모르셨겠는가

다만

냉담(冷淡)으로 떠도는 한 인간을 가엽게 여겨

그렇게 다독인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섬광처럼 당신이 사라질 때

긴 회랑에서

집도 잃고 신(神)도 잃은

한 사내의 맨발이 남긴

더럽고 황망한 발자국을 당신은 만날 것이다

중요한 것을 잃은 자들은

모두 맨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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