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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안녕하신가요?

- 김성진 시인의 '시집이 펼쳐진 예술가의 방'

by 노랑무늬영원

난생 처음으로 '구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체시란 소리체계의 언어가 텍스트에 국한된 것을 넘어 공간체계로 확대되는 것인데

루에게 바치는 캘리그램.JPG

기욤 아폴리네르의 '루에게 바치는 캘리그램'이라는 작품을 보면 될 듯싶다.

캘리그램은 아름답다는 뜻의 '캘리'와 문자라는 '그램'이 합쳐진 말로써 어떡하면 시가 회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김성진 시인의 말에 따르면 구체시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분야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단순히 기교적인 시라고 여기기에, 김성진 시인은 구체시를 지으면서

'내용+이미지+깊이'를 추구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나눠준 프린트에는 시인의 미발표작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본인의 시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내 느낌과

다른 시인의 생각을 접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그리고 국내외 시를 모으면서 개인적 브랜드로 '구체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담담히 설명할 때

수줍어하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강의 후 질의응답이 끝나고 저자에게 다가가 사인을 부탁하였다.

김진성 시인은 빙그레 웃으며 '000 선생님, 그림자는 안녕하신가요?'라고 말하는 올빼미와

캘리그라피 같은 문양을 적어주신다.

(당시 경황이 없어 무슨 뜻인지 물어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집에 가면서 속으로 외친다. '내 그림자. 내 그림자. 내 그림자'

한동안 파고들 즐거운 숙제가 나에게 주어진 것 같아,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 마중물이 될 것같아

기분이 정말 좋았다.


고양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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