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소리

by 이동건

구석에 있습니다

드물게 발길이 닿았을 때 긴장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워해야 할까요

그런 모습이 부담스러워 다시는 찾지 않을까

아니, 안쓰러히 여겨 더 찾아주실지도요

눈과 입술을 간신히 붙잡았으면서도

발이 경거망동해서

30도 위로 올라간 눈썹이

신호를 주었을까요

판사 앞에 선 죄인이 돼

입도 열지 않았지만

진실을 고한 후 고개를 떨군 채 선고를 기다리는

그때처럼


눈이 쌓여있습니다

흔적 하나 없는 눈 위로는 지나가지 못해요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니 거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살살 덮힌 눈을 들추어내는

포근한 소리를 좋아하는

혹시 그럴까봐

발을 멈추게 하는 것은

큰 장애물과 난관이 아니라

작은 가능성

그것이 언제나 가장 큰 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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