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어머님 우리 어머니

그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견디시고 얼굴 깊이 아로새겨진 그 주름은..

by 석양지가

-맞배지붕 따라 펼쳐진 저먼 발치 방고모퉁이 산자락은

여름 한낮의 소나기에 한 땀 한숨으로 물안개 피어오르고

앞 개울 듬성이는 풀잔디밭 황소는 비에 젖어 그 색이 짖어지는 여름자락,

반쯤 감은 황소의 눈자락 주변 날파리들이 귀찮은 듯 하염없는 되새김질에

우리 어머님 쫓아오는 세월에 대청마루 걸터앉아 하염없는 80 평생의 인생을 되새김질하시는 듯

곱돌계 우리 집 대청마루는 오늘도 어머님의 깊은 한숨에 세월이 베어 들어 그 색이 짖어가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너무 어릴 적 시집오셔서 반벙어리 큰아버지 큰어머님과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너무도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자유분방하게 살아오신 아버지를 만나 공주 버선리라는 아주 산골의 너무도 순수하셨던 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중매로 그저 끌려 오시듯 시집을 오신 우리 어머님.

그 연기 나는 부뚜막아래 활활 타들어 가는 아궁이를 바라보시면서 얼마나 울고 얼마나 가슴속이 활활 타들어 가셨을까?

20살에 큰아들을 나으시고 그 험악한 시집살이에 대률리에서 불원리로 그리고 또 곱돌계로 이사를 오시면서 그 힘든 세월을 어찌 참고 어찌 이겨 내셨을까?

아들 셋에 딸 셋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들 넷을 나으시고 둘째 아들이었던 나의 형님이었던 한 분을 가슴에 묻으시며 시집살이에 얼마나 고생이 많은 셨을까? 중풍에 걸리신 할머니를 모시면서 그 힘든 가난의 시골 살림을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 어머니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을 듯하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우리 어머님은 고무대야에 철마다 이것저것을 한가득 머리에 이 시고 곱돌계 둑길을 삼 심분을 걸어 신작로의 불원리 버스정류장까지 나가시고 파란색 시골 완행버스에 몸을 싣고 예산장으로 나가셔서 하루 종일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시며 푼돈을 벌어 마지막 차를 타고 오셨다.

내 위의 형님과 나는 어머님이 오실 시간에 맞춰 그 둑길을 따라 어머니 마중을 나가곤 했다. 철없었던 우리 두 형제는 버스정류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오늘은 어머니가 무엇을 바꿔 오실까? 무엇을 사 오실까? 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그 차디찬 시장 바닥에서 점심은 드셨는지?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고 추우셨을까?를 생각해 본 적은 없는듯하다. 그저 설렘의 시간들이었다. 어머님이 머리에 이고 가신 그 대야에 사과며 오꼬시며, 우리가 흔히 먹지 못하던 것들이 담겨올 것을 예상해 보면서 어머님을 기다리곤 했다. 마지막 버스가 방죽을 지나 불원리 버스 정류장에 흙먼지를 날리며 도착하면 그 버스에서 대야를 안고 내리시는 어머님을 보고 그 긴 기다림의 피곤함도 겨울추위에 얼어붙어있던 몸도 봄눈 녹듯 녹아내리며 가벼운 발거음으로 다시금 그 밤 둑길을 따라 어머님 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부엌 아궁이에 군불을 때면 가마솥과 솥뚜껑 틈새에서는 뜨거운 김이 연이어 새어 나왔고 가마솥의 경사면을 따라 뜨거운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때는 그걸 왜 몰랐을까? 그 가마솥에 흘러내리던 그 물방울은 아마도 능력 없는 아버지를 대신한 우리 어머님의 삶의 무게에서 흘러내리던 어머님의 눈물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 내 나이 60을 바라보면서 생각해 보면 그 뜨거운 수증기에서 뿜어내던 그 뜨거운 물방울은 우리 어머님의 눈물이었던듯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는 뜨끈뜨끈한 윗방에 꽃무늬가 가득한 따뜻한 솜이불속에서 어머님이 가져다 주신 오꼬시를 맛있게 먹으며 그 긴 겨울밤을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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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예산장에서 겨울추위와 배고픔으로 지친 어머님은 자식들의 오꼬시 먹는 바삭거림의 소리에 잠이 드셨고 우리 집 지붕 위로 맑은 겨울 하늘의 별들은 쏟아져 내릴 듯이 겨울밤 하늘을 수놓았으며 간헐적으로 동네 강아지들이 공허한 겨울 하늘을 향해 뜬금없이 짓는 소리에 우리 집 화장실 언저리에 있던 오동나무에서 밤잠을 자던 새들이 놀란 날개짓의 소리가 푸른 어둠의 밤하늘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저 은하수 사이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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