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그 추웠던 곱돌계의 겨울놀이

추웠던 그 시절 겨울날의 우리들의 놀이는

by 석양지가


Episode 6. 그 겨울 우리들의 놀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시대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겠지만 가장 신체발달과 인성의 발달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학원과 스마트폰 또는 PC방의 어둑어둑한 구석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안스럽고 안타깝다. 혹여나 괜히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학교폭력으로 곤욕을 치르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의 부모님들도 계실 것이고 혹여나 다치거나 불상사를 당하지나 않을까에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한 겨울 겨울바람이 우리의 양쪽 볼따구니를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놓던 그 시절 우리들의 겨울 아침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밤새 함박눈이 펄펄 내린 다음날은 해가 뜨기도 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빨간 내복 위에 털로 짠 쫄쫄이 바지를 입고 태권도라고 적힌 주먹그림이 있던 진한 갈색의 운동복 윗도리에 아망기라고 불렸던(지금의 비니모자)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어머니가 겨울 시작 전 예산 읍내 장에서 사다 주신 만화영화 주인공이 발등에 그려져 있던 털 고무신을 신고 나무로 만든 무겁디 무거운 넉가래를 들고 또 우리 형은 싸리빗자루를 들고 집 앞마당부터 아랫집 병연네 사랑방까지 그리고 또다시 위로는 꼭대기집으로 향해 올라가는 그 좁은 길에 쌓인 눈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일이 끝나면 아침식사를 허둥지둥하고 도끼를 들고 앞 개울가로 뛰어내려간다

얼음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가장 네모 반듯하고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을 가로 세로 5m 정도의 네모난 얼음 조각배 한가운데 구멍을 뚫고 나무를 꽃아 노를 젓듯 저어서 개울을 횡단하며 뱃놀이를 즐겼다. 그 놀이도 해가 뜨고 얼음배가 하나둘 깨지기 시작하면 누군가 물에 "풍덩" 한번 빠지고 나면 둑 언저리에 피워 노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젖은 옷가지와 양말을 말리고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다가 누가 그러자 할 것 없이 병연이네 뒷 산나무가 없던 묘지에서 이어지는 경사면으로 비료포대 하나에 짚을 한가득 넣어 뛰어 올라갔다. 지금의 눈썰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비료포대지치 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상당한 경사면에서 비료포대 썰매에 앉아 그 경사면을 내리 달리면서 지르는 소리에 온 동네가 떠나갈 듯했다. 제대로 된 방한 복장도 없는 눈이 옷에 붙어 녹아 축축해지기 시작했고 손은 이미 감각이 없이 얼어붙어 있고 손등에서는 쩍쩍 갈라진 틈사이로 벌건 피가 날 정도였다. 그래도 즐거웠고 신났다.

이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우리들의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자동으로 배꼽시계가 점심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하나둘씩 각자의 집으로 가서 둥그런 “웍”처럼 생긴 프라이팬에 쉰 깍두기를 넣고 찬밥을 한 덩어리 넣고 참기름을 한 방울 뿌려 화롯불에 올리고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신 김치를 반찬삼아 배불리 먹고 나면 또다시 하나둘씩 병연에 마당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마당에서는 우리들의 공간지각능력과 협상 능력을 성장시켜줄 “자치기” 놀이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다란 어미자로 날렵한 새끼자를 공중에 띄워 “딱”, “딱”, 따아악~~ 쳐서 달령이 형네 논 한가운데로 멋지게 날려 보내고 협상에 들어간다 호기롭게”오십자”를 불러 보고 상대방은 고민고민 하다가 “재보자”라고 하면 새끼자가 떨어진 곳에서 동그라미(타격을 하는 곳)가 있는 곳까지 어미자로 하나, 둘, 셋, 넷을 함께 헤아리면서 거리를 측정한다. 그러다가 삐뚤어 쟀다는 둥 아니라는 둥으로 옥신각신 하다 그 놀이는 다툼으로 인하여 내일부터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말다툼으로 끝을 맺고는 했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해는 뉘엿뉘엿 꼭대기 할머님네 집 지붕으로 해서 흙두드리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다툼의 찝찝함을 병연이네 마당에 남겨 둔 채 집으로 향한다. 하루의 해가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지는 곱돌계 작은 집들의 굴뚝에서는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궁이 앞에서는 볼따구니가 빨갛게 터진 아이들이 벌겋게 타오르는 아궁이를 바라보면서 아까의 다툼에 아쉬움과 후회를 함께 집어넣고 태우고 있었다. 아마도 그 시절 그 사랑채 소죽 끓이던 아궁이 속에서는 우리들의 미움도 다툼의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모두완전연소가 되어 그 모든 감정들이 연기가 되어 저 멀리 겨울 저녁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또다시 다음날을 마주하며 우리들의 겨울 놀이가 계속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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