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만남과 이별의 기찻길 예산역

그 작았던 예산역 장항선 푸른 통일호가 너무도 정겹던 그 간이역..

by 석양지가


Episode 8. 만남과 이별의 기찻길 예산역

거칠게 녹슬어 있는 기차레일의 모서리 밑으로 붉게 녹슨 철길이 이어지던 곳 예산역

장항선의 기찻길이 놓여 있던 예산역 네모난 기차표를 개찰구에서 역무원의 검사로 구멍을 내고 입장하여 신례원역에서 또는 삽교역에서 오는 파란색의 통일호 기차를 주머니의 여유가 있을 때는 주황색의 무궁화호를 기다리던 곳.

그 예산역은 만남과 이별의 그리움이 가득한 아주 작은 간이역이었던 듯하다.

타지로 돈을 벌러 나간 자식들이 명절을 보내러 보따리 보따리 싸가지고 부모님을 찾아뵈러 오던 설렘과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의 징집으로 인해 다 큰 아들들을 아쉬움과 불안감으로 보내던 이별의 역이기도 했다.

또 누군가에게는 힘든 빈농으로 빚을 지고 눈물을 머금고 야반도주를 위해 고향을 떠나먀만 했던 고통의 아픔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여름날의 그 따가운 햇살과 더위속에서 간간히 타지의 향기와 추억을 싣고 달려와 “치이익”소리와 함께 잠시나마 뜨거운 바람을 몰고 오고 또는 엄동설한의 차가운 추위로 더욱 반짝이던 기차 레일 위를 썰매가 미끄러지듯 차가운 바람과 함께 밀려가던 그곳 예산역

나의 기억 속의 예산역은 만남의 설렘, 서울로 향한 동경의 여정을 시작하던 설렘

그리고 우리 큰 형님의 군징집으로 이별을 해야만 했던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그 어린 시절 이별의 생떼를 부리던 눈물의 기억이 공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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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이규석 씨가 불렀던 “기차와 소나무”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더욱 그립고 생각나던 그런 곳이었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아마도 그 시절 그곳에 머물러 있는 나는 키 작은 소나무처럼 뒹구는 그 시절 이야기들을 듣고자 귀를 열고 살며시 턱을 고여 본다. 겨울 저녁의 을씨년스러운 노을을 바라다보며 우리들이 버리고 온 추억을 하나하나 주워보려 저녁노을이 지는 먼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을 듯하다.

그 시절 우리 큰누님은 서울(아마도 안양쯤이었던 듯하다)에서 간호조무사로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무능력으로 아주 어린 시절 남의 집 식모로 팔려 가다시피 했던 분이다 간호조무사 학원을 수료하고 병원 간호조무사로 근무를 했었던 듯하다. 그 누님이 가끔 서울에서 올 때면 시골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과일 통조림을 가지고 왔다. 나는 지금도 과일 통조림을 너무 좋아한다. 그 달콤하고 달짝지근함이 혀끝을 물들이면 세상을 다 가진듯했다. 갈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오던 우리 큰누님은 지금 생각하면 상당한 미인이셨던 듯하다. 그 시절 곱돌계에서는 멋쟁이였다. 그러니 그 옆집 준영이 형도 현재 우리 큰 매형인 꼭대기집 매형도 우리 큰누님께 잘 보이려 작업을 걸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 큰 매형이 최후의 승자이기는 하시지만..

그 멋쟁이 큰누님도 또 일찌감치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우리 큰 형님도 그 예산역을 통해 오셨다.

아마도 내가 다섯 살쯤 되었던 해인 듯하다. 우리 형님이 군입영 영장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날이었던 듯. 그날 어머님과 함께 예산 역전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큰 형님을 기차에 태우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옆 동네 양지뜸에 사시던 종술이 아저씨가 나를 번쩍 안아 기차 창문 너머 형님의 모습을 보여 주시던 것이 기억난다 그 종술이 아저씨는 한쪽 팔이 없으셨다.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지만 한쪽 팔이 없어 그것이 더 무서워서 울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세상 착하셨던 분인데..

종술이 아저씨 잘 계신지요?


이래저래 예산역전은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기 위한 설렘이 함께 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너무도 많이 변해있을 듯하다. 역전앞의 그 작았던 가게들도

역전 안에 있던 홍익회의 작은 상점도 다 변해있을 듯하다.

그리움은 어느새 나를 예산 역전 플랫폼으로 인도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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