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4. 나는 술빵을 안좋아해요

나는 별로 가리는 음식이 없다. 하지만 내가 술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by 석양지가

강원도 속초여행을 가면 속초 중앙시장을 꼭 들른다.

이것저것 신기한 것도 많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생선 종류와 집사람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석닭강정도 있고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종종 속초를 가면 만석닭강정을 사서 먹고는 했다.

3년 전인가? 집사람이 몇몇의 친구들과 속초로 1박 2일 겨울여행을 간다고 하기에 조심히 재미있게 잘 다녀오라고 했다. 아마도 결혼하고 집사람이 가족들과의 여행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친구들과의 1박 2일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1박을 다녀온 저녁, 퇴근을 하고 집에 가니 집사람이 생선 말린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김이며 이것저것을 사 와서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저녁을 먹기 전 집사람은 속초 중앙시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사 왔다며 나에게 술빵을 먹을 것을 권했다.

나는 "아니야 나 별로 술빵 안 좋아해"라고 정중이 거절을 했다. 집사람은 재차 " 먹어보라고 맛집이라고"라며 다시 권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화가 섞인 목소리로 "안 먹는다고... 나 술빵 안 좋다고"라고 했더니" 유별 떤다며 한마디를 던지고 집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였던 듯 하다.

그 당시 우리 아버지는 술을 더 많이 드셨고 무엇이 불만인지 모르지만 매일같이 어머님과 집에 남아있던 형님과 나를 너무도 못살게 구셨다.

매일 이어지는 술주정에 어머니를 때리시고 아랫집 내 친구 병연이 와 놀지 말라고 소리 지르시는 아버지에게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싫어요 나는 내 친구와 계속 놀래요"라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아버지는 나의 따귀를 때리고 분이 풀리지 않으셨는지 지게 작대기를 들고 술에 취해 비척이며 나에게 오셨고

어머니는 "얼른 뒷곁으로 도망가라"라고 하시면서 아버지를 말리셨다.

어린 마음에 작대기를 들고 쫓아오는 아버지가 너무도 무서웠고 나는 맨발로 뒷곁으로 뛰어가 텃밭의 고추 고랑으로 몸을 숨겼다. 밤이슬이 내린 고추밭에 누워 몸을 숨기고 올려 다 본 하늘에는 별이 쏫아질 듯 눈부셨고 서러움과 슬픔에 눈물흘리던 나의 눈 속에서 그 수많은 별들은 술에 취한 듯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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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온양에 사시던 외삼촌이 오셨고 매일 이어지던 아버지의 폭력에 더 못 견디신 어머님은 우리 형제만을 남겨 놓고 외삼촌과 함께 집을 나가셨다.

어머님이 가시면서 그 발걸음이 떨어지셨겠는가?

어머님은 우리 형제를 위해 솥단지에 밥 한 솥단지와 술빵을 한가득 쪄놓고 가셨다. 여름철 냉장고도 없던 시골에서 쉽 사리 상하던 음식들이었기에 그나마 덜 상하는 술빵을 한가득 쪄 놓고 가신 것이었다.

나는 우리 형님과 함께 우물물 한 바가지와 미끈덕 거리는 술빵을 한 조각 들고 꾸역꾸역 먹으면서 저녁이 오면 또 다시 나가셨다 들어오셔서 행패를 부릴 아버지의 그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당시 내게는 아버지에게 대들 힘도 설득할 수 있는 말솜씨도 갖추어지지 못한 나이 었기에 "아버지 그만해요"만을 반복하면서 우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님이 나가신 지 삼일째, 밥솥의 밥도 다 떨어졌고 술빵만이 남은 솥단지를 바라보며 하루 두 끼를 술빵만으로 보낸 듯하다.

여름 저녁의 그 습한 기온의 꿉꿉함과 나의 손에서 미끄러지던 그 술빵... 그리고 그 쉰내인지 술 발효종의 냄새인지의 그 후각의 기억이 내 나이 오십이 넘은 지금도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술빵이라는 음식은 나의 머릿속 한 곳에 숨겨져 있던 그 아픔의 기억을 작동시킨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명절 때면 질문을 던졌었다."아버지 왜 그렇게 사셨어요"가 첫 질문이었다.... 너무도 궁금했다. 왜 그렇게 사셨는지가. 아버지왈" 자식 6남매 나아놨으면 누구 하나가 나 먹여 살릴 줄 알았다가" 대답이셨다. ㅎㅎㅎ

아버지 왜 그렇게 사시다 가셨습니까? 어머님과 저희들과 알콩달콩 힘들지만 재미있게 인생을 보내고 가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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