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5.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고기

나는 단짠의 간장 양념 고기를 좋아한다. 내 인생 가장 맛있었던 고기

by 석양지가

나는 단짠의 간장 양념 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식성이 촌스러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간장양념을 베이스로 만든 고기류를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은 돼지갈비를 별로 안 좋아하는 듯하다.

아마도 지방이 잔뜩 끼어 있는 투플러스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집사람과 아이들을 데리고 고기를 먹으러 가면 나는 언제나 돼지갈비를 선택하고 집사람과 아이들은 소고기 갈빗살등을 선택한다. 물론 나도 소고기가 맛있지만 간장 양념의 고기에 얽힌 나의 중학교 시절의 기억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저 습관처럼 돼지갈비를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였던 듯하다. 지금도 그 도봉시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어머님이 가끔 장을 보러 가던 곳이었다. 그 도봉동은 그 당시 중랑천 쪽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모여들기 시작했는지 모를 판자촌이 들어서 있었고 우리 집은 그 판자촌은 아니었지만 문씨네 집 한쪽 구퉁이 단칸방을 보증금 이백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세를 들어 살고 있었다.

대문이 세게 닫쳐 주인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날은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머님과 모처럼 도봉시장에 장을 보러 갔고 어머님께서는 시장 난전에 펼쳐진 상인들로부터 튀김(어묵)과 나물들을 구입하시고 커다란 마트로 식료품을 구매하시려 들어 가셨다. 마트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나는 한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냉동식품을 보관하는 냉장고 앞이었고 그 안에는 너무도 많은 냉동식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 식품들 중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식품이 하나 있었다. 포장지에 너무도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볶아져 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진의 냉동식품 " 백설 돼지불고기"였다. 납작하게 눌러 놓은 그 봉투 안에 들어 있을 그 고기를 생각하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였다. 나도 모르게 그 고기를 집어 들었고 조용히 가격을 확인해봤다. 소비자가격 2,800원이었다. 그 고기를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다 내려놓았다. 우리 집 주머니 사정을 알기에 어린 맘에 그 2,800원의 가격의 장벽을 넘기에는 어린 나의 마음으로는 사치스러운 가격이었다. 그 고기를 내려놓고 돌아서던 그때 언제 내 곁에 오셨는지 어머님이 "먹고 싶으면 골라라"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아니에요 괜찮아요"라고 말은 했지만 나의 눈은 다시 그 상품의 포장지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어머님은 직접 그 고기를 들어 장바구니에 넣으셨고 나는 어느새 그 고기를 볶아 먹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집까지 오늘 길이 그렇게 행복하고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님은 시장에서 사 오신 것들을 정리하시고 점심을 차리시려 준비를 하셨고 나는 그 백설 돼지 불고기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완전 냉동으로 꽝꽝 얼어있는 그 고기를 뜨거운 물에 봉지채 넣어 녹이고 있었다. 지금이야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금방 해동이 되겠지만 그 당시 우리 집에는 전기 제품이라고는 작은 TV와 냉장고, 그리고 큰 형님이 사우디로 해외 근로를 다녀오시면서 사 오신 더블테크 카세트가 전부였다.

뜨거운 물에 봉지채 넣어 얼른 녹기만을 기다렸고 반쯤 녹았을 때 어머님은 봉지를 잘라 그 내용물을 프라이팬에 올려 곤로 위에서 볶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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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냄새는 너무도 황홀했고 우리 집의 분위기는 잔치집의 냄새로 가득 찬 듯했다.

드디어 작은 상위에 그 고기와 따뜻한 밥이 내 앞에 노여졌고 나는 그 고기를 한점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그 단짠의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 MSG의 감칠맛과 고기의 식감이 얼마나 맛있던지 게눈 감추듯 그 고기를 먹어 치우고 그 남은 국물 양념에 밥을 넣고 비벼서 설거지 하듯 먹어 치웠다.

어머님은 그저 바라보시면서 흐뭇해하셨고 나는 지금껏 아니 앞으로도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커서 돈을 많이 벌면 실컷 사 먹어야지"라는 아주 원초적인 욕구의 다짐을 했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오십이 넘었고 세상에서 맛있다는 집마다 방문해서 투플러스의 소고기도 먹어보고

돼지고기 맛집이라는 집에서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갈비도 생갈비도 다 먹어 보았지만 그 당시 먹었던 그 "백설돼지갈비"의 맛은 아직 느껴 보지를 못했다.

아마도 그 당시 내가 먹은 그 "백설 돼지갈비"는 나의 중학생 시절의 유치한 다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벌면 꼭 이루겠다는 나의 간절함에서 태생한 꿈이었고 소망이었던 듯하다.

아마도 그 당시에 비하면 나는 그 꿈을 이루었고 그 소망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그 맛을 느끼지 못하고 지금도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계속되는 꿈을 꾸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욕심쟁이"라고 생각하면서 빙긋이 웃어 보기도 한다. 2,800원의 "백설 돼지갈비"는 내 어릴 적 나의 꿈이었고 나의 소망이었나 보다. 가끔 마트에 가면 냉장코너에서 혹시 그 고기가 있는지를 한 번씩 찾아보기도 한다.

오늘 점심은 단짠의 돼지갈비를 한번 먹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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