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6. 막내누나의 저금통

동그란 누나의 돼지저금통의 유혹

by 석양지가

내가 다녔었던 귀곡초등학교에는 군것질 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딱 하나 있었다.

그 집을 우리는 갑순이네라고 불렀다. 그 갑순이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운영하시던 아주 작은 구멍가게였고 그 구멍가게를 우리는 "송방"이라고 불렀다. "갑순이네"라는 명칭은 아마도 그 집에 따님이 한분 있었는 데 그 따님 이름이 "갑순이"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담장에 작은 개구멍이 자연스럽게 생겼으며 그 작은 개구멍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침을 꼴딱거리면서 드나들었을까?

그 집에는 그렇게 많은 거창한 종류의 군것질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흰색의 설탕가루를 뽀얗게 뒤집어 씌운 엿, 빨대 같은 것에 달콤한 주스를 넣어 놓은 "아폴로", 알록달록한 쫀드기, 설탕 잼이 한가득 들어있던 "꿀 쫀득이" 등이 다였다. 달콤함이 가득한 그 갑순네..

하지만 우리들의 현실은 갑순네를 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었다. 정말 어쩌다가 우리 손에 100원짜리가 하나 들려지면 ktx와 같은 속도로 갑순네로 뛰어가 100원에 열개를 주던 그 하얀 가루가 가득 묻혀진 엿을 사서 입안에 넣고 그 달콤함을 맛보곤 했다.

내 친구 중에 "필구"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누나는 읍내 농협에 직원으로 다녔고 필구는 거의매일같이 100원을 들고 갑순네로 가서 그 맛있는 엿을 사 먹는 아이중 한 명이었다. 그 아이가 입을 열고 말을 할 때마다 그 아이 입안에서는 그 달콤한 엿의 냄새가 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달콤한 것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아이가 너무도 부러웠다.

우리 집에는 아주 모범생이면서 절약정신도 투철했던 막내누나가 있었다.

그 누나는 가끔 생기는 동전들을 노란색 동그란 돼지 저금통 안에 한 푼 두 푼을 모았다. 그 저금통은 항상 안방의 tv위에 올려져 있었으며, 그 안에는 엿을 사 먹으면 백개도 더 사 먹을 수 있는 양의동전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매우 중대한 결심을 했다. 그 저금통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그 눈독이 실행으로 옮겨졌다.

가위를 이용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입구를 살짝 벌려 백 원짜리를 한 개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도 갑순이네로 달려가 거의매일 엿을 사 먹기 시작했다.

하루에 백 원씩 매일 나의 입안에 열개의 엿이 녹으며 달콤함을 선물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흘러갔고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면서 돼지저금통의 입구가 너무 넓어지고 그 안에서 계속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던 백 원짜리가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은 이제 달콤함의 행복보다는 이제 나의 범행이 들통날 수 있다는 생각이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막내누나가 저금통의 가벼움을 느끼고 엄마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우리 어머니는 저금통을 살펴보시면서 누가 그랬냐고 물어보셨고 아무 말도 못 하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셨고 나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머님은 이 저금통에서 어떻게 꺼내 갔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범인이 현장 검증을 하듯 가위를 집어 들어 저금통 입구를 벌려 백 원짜리를 하나 꺼내는 장면을 재연했다.

막내누나도 어머님도 어이없어하셨고 나는 어머님께 엄청난 꾸중과 난생처음으로 부지깽이로 종아리를 맞았다. 그동안 나의 달콤했던 그 엿을 먹은 대가로 그날 나는 양쪽 종아리가 빨갛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맞았으며 맞으면서도 그 무거웠던 마음이 오히려 속이 후련해졌다. 다시는 안 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고서야

나의 돼지저금통 절도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날 이후 갑순네 vip고객이 하나 사라졌고 나의 입안에 달콤함은 또다시 년례행사가 되었다.

요즘도 가끔 편의점이나 우리 동네 마트를 가면 그 시절 나의 입안에 달콤함을 주던 꿀쫀득이나 아폴로를 사서 그 시절 빨갛게 부풀도록 맞았던 종아리를 생각하면서 먹곤 한다. 그 철없던 어린 시절 그 달콤함은 아마도 그 시절 내 어린 인생에서 최대의 행복함이었고 즐거움이었던 듯하다.

그 시절 "뭐 줘요"라고 외치며 갑순네 가게방 문 앞에서 기다리던 그 설렘에 창호지 바른 문이 열리고 갑순에 할아버지가 세월의 때가 검붉게 내려앉은 마루를 미끄러지듯 나오셔서 내 손에 쥐어 주시던 그 힌 설탕가루가 묻었던 엿은 그 시절 우리들의 달콤한 행복이고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얘들아 우리 언제 다 같이 모여 갑순네 마당에서 다 같이 외쳐 볼까?" " 뭐 줘요"라고

오늘은 그 시절 함께 개구멍을 드나들던 그 친구 녀석들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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