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을 약 80% 정도 완성했어요. 쓰면서 보니 참 많은 굴절있는 삶이 된 것으로 보여지더군요. 그래서 제목을 '미엔더링'으로 만들어 보았고 그에 대한 서문을 써 봅니다. 사행천. 한자로 풀면 뱀이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있듯이 강도 제멋대로 수위에 따라 불규칙하게 흐르는 궤적을 의미하지요.
<서문>
지상 만 미터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무르강은 제 가고 싶은 곳을 구비구비 돌아서 형성된 강이다. 물이 곧바로 흐르면 유량이 적다. 제 가고 싶은 곳을 돌아가면 더 많은 물을 품을 수 있다. 흘러 대양의 어귀에 다다르면 모두가 같은 운명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 간다. 물은 여기저기 돌아야 아름다운 풍광이 만들어진다. 큰 강이 반드시 긴 강은 아니다. 인생은 굴절 없는 삶보다 다양하게 여기저기 부딪히면 많은 이야깃거리를 품는다. 평범한 삶이 더 위대하다. 거칠어진 손, 주름진 이마. 고귀한 인생 여정을 보여주는 전리품 아닌가. 흐르며 돌아서 온 내 인생, 내 궤적은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이들이 그냥 침묵하고 지나갔다. 우연한 기회가 없었다면 나도 그러했을 것 같다. 스스로 밝힐 의지가 없으면 추억의 저장소에 묻은 채 소멸된다. 형태가 있는 물성은 언젠가는 발굴되지만 인생은 소멸되면 그만이다. 아깝다. 덮여 있던 속 뭉치가 꿈 툴 댄다. 홀연히 이걸 꺼내어 털고 볕에 말리고 싶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높이 우뚝 서 보지 못했다. 나요 하고 내세울 것도 없다. 고귀한 비단포에 싸여본 일도 없었다. 그저 조금 다르게 간 것이 전부다. 휘파람 불며 가고 싶은 대로 내 식대로 밥 끓여 먹고 산 인생이다.
어느 바람도 나를 밀지 않았다. 요정 사이렌도 나를 유혹하지 않았다. 어느 길도 나에게 방향을 안내해 주지 않았다. 물이 누구의 지시 받고 가는 일 없지 않은가. 흩날리는 깃털은 바람의 의지로 간다.
동물의 본능이거나 반항적인 일탈이거나 혹은 돌개바람 이었을 것 같다.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소리, 이런 것들과 나는 원래 친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다. 나이 든 것을 나는 모른다. 화장실 거울을 봐도 세포의 초단파성 변화를 스스로 알 재간이 없다. 지하철을 타면 안다. 누군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려고 하니.
거울 속 나를 보니 몸에 잔뜩 이상한 것이 묻었다. 이 흙도 묻고 저 때도 묻었다. 별게 다 묻은 것도 보인다. 이렇게 과거 여행을 해 보자고 한다. 모아진 때의 축적이 나다. 어찌 좋은 것만 있을 수 있나, 부끄럽고 못난 과정도 여태껏 나와 함께 지탱한 부분인 걸. 잘못을 보고 반성하면 그게 바로 좋은 교훈이다 라고 성현이 이야기했다. 술고래 아버지도, 주색잡기의 아버지도 자식에게 교훈을 준다. “아, 저렇게 하면 분명히 망하는구나” 그러면 된다. 그 이상의 교육이 어디에 있나.
나를 돌아볼 우연한 기회가 주어졌다. 자서전으로 꺼내 놓기 부끄러운 인생을 구비구비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한번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