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van shim Mar 03. 2024

사랑의 화신, 미리엘신부

(레미제라블의 등장인물)


소설 속 인물 탐구 (1) – 


오랜만에 레미제라블을 다시 본다. 우리글로 한번 그리고 영어로 된 미축약본 한 번을 봤다. 영어 원서로 된 책을 보는데 페이지수가 많아 아마 수개월이 걸린 것으로 기억된다. 틈틈이 시간 날 때 보아서 그리 오래 걸렸다. 신구약 성서를 모두 읽는데 수개월이 걸린 것 외에는 가장 오래 책을 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모두 대하소설을 쓴 작가이다. 도스또예프스키와 빅토르 위고인데 읽기도 힘든 분량을 끝내 완성한 그 끈질김에서 위대성을 가진 작가로 본다. 중국의 삼국지 소설도 여기에 포함된다. 역시 그들은 명불허전이다.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번에는 다른 의도에서 책을 읽는다. 내용 중심이 아니고 등장인물 중심으로 살피고자 하는 것이다. 그 중심이 바로 미리엘과 자베르 그리고 팡틴이다. 왜 그들을 유심히 보는 이유는 그들이 비록 발장이 주인공이지만 그와 밀접히 연관되고 그를 변화시키고 삶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중 첫 번째 인물일 미리엘 사제에 대한 인물 됨됨이 치수를 재보려 한다.


책을 펴고 다시 본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장발잔은 왜 여태 안 나와. 책이 벌써 110 페이지가 지났는데. 그 두꺼운 책의 서두를 온통 미리엘 주교 이 사람 이야기로만 도배한 이유가 뭔가. 빅토르 유고의 기독교 종교관이 여기에 배어있음을 느낀다. 처음과 마지막까지 연속된다. 


사랑을 실천하는 숭고한 사제의 처음에서부터 비참한 주인공과의 만남 과정을 그리려고 그리 오랜 뜸을 들인 것이다. 그래서 발장을 전혀 새롭게 변화시키고 사제의 역할은 최고로 성공했다. 그리 시작한 미리엘 사제의 그리스도적 사랑과 인자함이 작품 끝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끌고 간다. 






미리엘에 대한 소설 속 서술은 이러했다. 그는 프랑스 디뉴지역의 주교이다. 나이는 세상 풍파를 다 겪은 75세이고 좀 통통한 체형의 노인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주 어린 나이인 18살인가 20살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 젊은 나이에 당시에는 풍채도 좋고 재치도 있어 사교와 여자들에게 빠져들었다. 혁명의 시기에 이태리로 도피를 했다. 건강이 나쁜 그의 부인은 이태리에 피신하던 중 사망했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아들이 없었고 다시 프랑스로 귀환했다. 그리고 그는 사제의 길을 간다. 


그리고 우연히 파리에서 숙명적인 황제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교구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청하려 추기경을 만나던 중 나폴레옹을 만난다. 당신이 누구냐고 묻는 황제에게 당당히 말한다. "폐하는 한 노인을 보고 저는 한 영웅을 봅니다. 우리는 제각기 얻는 바가 있지요" 그러자 황제는 추기경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고 미리엘은 디뉴의 주교로 임명되었다. 그는 주교관에서 그의 누이동생과 하녀와 함께 생활한다. 그들은 목숨까지도 걸 정도로 주교를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주교는 그들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한 번은 인접한 자선병원의 원장이 주교관을 찾아와 만나게 되었다. 미리엘 주교는 병원의 침대가 부족한 것을 알게 되었다. 대뜸 그는 병원장에게 주교관의 넓은 식당 공간에 침대를 놓으라고 한다. 그와 방을 바꾸자 해서 교환을 한 것이다. 주교는 넓은 주교관 식당을 주고 대신 좁은 원장방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수십 개의 병원 침대가 늘어났다. 


국가에서 받는 봉급도 대부분 교구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내놓고 그는 최소한의 생활비만 쓰고 있었다. 난방도 최소화하였다. 그를 도와주는 두 부인들도 기꺼이 그런 어려움을 받아들였다. 애경사의 헌금도 부자들에게 사례금을 더 많이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주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사형이 내려진 수형인이 있었다. 임종 시 다른 사제가 가기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주교는 그건 내가 할 역할이라고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 밤새 그를 위해 기도 하였다. 이튿날 사형집행이 이루어지던 날까지 그는 밤을 수형인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그 불행한 사람과 함께 사형장까지 동행했다. 침통해 보이던 사형수는 죽기 전 빛이나 보였다. 그는 주님의 곁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에 차있게 되었다. 주교는 그를 껴안고 그를 위해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그는 수많은 사무와 성무, 예배를 마치고 남는 시간을 가장 많이 빈자와 환자를 위해 바쳤다. 그는 돈이 생기면 빈자들을 찾아가고 돈이 부족하면 부자들을 찾아갔다. 그의 벽난로에는 두 개의 커다란 은촛대가 놓여 있었다. 그의 오랜 대고모에게서 상속받은 물건이다. 그의 방문은 결코 빗장을 잠그지 않았다. 그가 써놓은 문구가 있다. '목자의 집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의 불굴의 의지에 대한 기록도 있다. 그가  지방에 순회할 때 무서운 산적이 그곳에 출몰했다. 그래서 모두가 그곳의 순회를 가지 말라고 했다. 죽을 수도 물건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곳 면장이 나섰다. 가려면 호위병을 데리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호위병을 데리고 가도 오히려 위험하다며 무서운 길을 혼자 떠났다. 


그가 말했다. "내가 있는 목적은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순회기간 중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말을 타고 와서 커다란 상자를 주교에게 주라고 내려놓았다. 거기에는 많은 보물이 들어있었다. 과거에 성당에서 도난당한 성물도 들어 있었다. 한 사제가 미리엘 주교에게 물었다. "이것은 주께서 주신 걸까요, 악마가 준 걸까요?" "주께서요!"


그는 인자한 노인이고 겸손, 절약, 자비심 넘치는 사제이다. 동물에게도 한없는 자비를 베풀 줄 아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였다. 산책을 할 때 개미를 안 밟으려 몸을 돌리다 허리를 삘뻔한 동양 스님 같은 마음씨를 가졌다. 세상에는 황금 파내기에 애쓰는 사람도 있는데, 그는 연민  파내기에 힘을 쓰는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라" 이는 그의 주된 교리이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였다. 그는 이미 성자의 수준에 도달했다.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주님을 예배할 천장 있는 울이 있고, 산책할 작은 정원, 명상을 위한 무한한 하늘, 발아래 가꿀 수 있는 공간, 땅 위에 꽃, 위로는 올려다볼 별들이 있다.


PS. 그는 소설 속 인물이다. 비록 가공의 인물이지만 존경스럽다.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