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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Apr 08. 2024

다시 몽골에 가게 되었다

(녹색 초원, 푸른 하늘, 카키색 모래)


졸지에 몽골에 또 가게 되네


성당에 다니는 몇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러 커피숍에 들르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 상황이다. 각자가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듯 여러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우연히 지난해 갔었던 몽골 투어에 대해 말문이 열렸다. 쌓아놓은 항공사 마일리지도 몇십만 마일로 넘쳐 나는데 그냥 혼자서라도 몽골에 다시 한번 바람 쏘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막과 초원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했었다. 몽골에 대해 이런저런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한 사람이 갑자기 함께 몽골에 가자는 것이었다. 불감청고소원이다. 바라던 바였다. 솔직히 여행은 소그룹으로 몇 명이 함께 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고 아기자기하고 재미가 있는 법이다.


바로 그러자고 쉽게 답변을 했지만 최소 투어 인원을 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몽골 투어인원은 5명이었다. 현지에서 사용할 소형 RV 차량은 주로 2종이 사용된다. 러시아산 푸르공과 국산 스타렉스 차량이 그것이다. 특히 사막에서 비포장도로를 주행할 때 최고로 문제가 없는 차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운전자와 가이드를 2명 포함하여 정원이 8명이지만 한 좌석 정도는 비워놓고 가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떨 때는 하루에 약 700km를 주행할 정도로 너무나 장거리를 가니 한자리를 비워두는 것이다.


아직도 정원을 채우려면 3명이 더 필요했다. 지난해 마지막 1명을 충원하는데 오래 걸렸고 애를 먹었다. 나머지 3명을 채우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날 저녁에 다른 전화가 왔다. 함께 커피를 마셨던 조금 젊은 친구였다. 대뜸 그도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마워서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에 부인과 함께 단기간에 몽골 투어를 했다. 주로 몽골의 북부 산림지역에서 투어를 했는데 사막에는 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몽골에서 고비를 보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거다. 몽골투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사막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만큼 몽골은 고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다음 주에 2명도 바로 해결이 되었다. 함께 자전거를 타는 멤버 중에서 2명이 함께 가기로 하였다. 가장 힘든 문제는 인원을 확정하는 것인데 의외로 너무 쉽게 해결이 되었다. 바로 항공권을 구입했다. 지난번에 몽골을 갔던 경험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몽골투어는 조금 특이했다. 일단 참여자가 연령적으로 젊은 층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투어 패턴도 다른 나라와는 달랐다. 비포장 도로를 하루 종일 흔들리며 가야 하는 사막의 특성상 잘 버티는 에너지가 필요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울란바토르를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 내가 그중에서 가장 고령자인 듯 보였다. 일주일 동안 여러 투어 현장을 갔을 때도 주로 젊은 여성 중심의 투어 참가자가 가장 많았다.


유명한 몽골투어 카페에 가서 확인해 보았는데 회원을 모집하는데 먼저 나이를 밝히고 회원 모집을 하는 것은 이곳 몽골투어가 유일할 듯 보였다. 아예 시니어 그룹은 끼워줄 자리가 없어 보였다. 여행 경비는 다른 곳과 대비하여 저렴한 가격에서 형성이 된 것 같았다. 유럽이나 미국과 대비하여 볼 때 거의 절반 가격에 투어를 다녀올 정도라 여겨진다.





그러면 그들은 무엇 때문에 고생하며 힘든 사막체험을 하러 가는 것일까. 아마도 내 생각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을 듯했다.

우선 생각나는 게 별을 보려고 가는 것이다. 사막에서는 별을 보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불빛 조명이 완전히 없는 상태이다. 토털 암흑이 보장되니 별을 보는데 이만한 조건이 있을 곳이 다른 곳에서 불가능하다. 나 또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아, 이게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어릴 적 시골에서 보는 별보다 더 완전한 무한대의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거의 환희와 다름없다. 별은 우리 어릴 적부터 그려온 상상 속의 나라이다. 거기에는 내가 태어난 이력이 있고 나 또한 하나의 별 속에 소속된 작은 티끌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아예 이부자리를 끌고 와 바닥에 누워 별을 보고 잠을 드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일생일대에 처음 보는 별과 은하수에 관한 광경은 오래도록 그 기억이 뇌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또 확 트인 초원을 보는 것이다. 가도 가도 끝없는 녹색 지평선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스트레스가 절로 날아간다. 세상에서 유일한 360도 초원지역이다. 유목민이 평생을 누비던 길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이것이 내 마음을 터지게 하는 요인으로 본다. 새파란 하늘은 덤으로 즐기게 된다.


사막에는 호텔이 없다. 가장 원시적 게르생활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 편한 안락을 추구한다면 아마도 목적지를 잘못 택한 것이 될 수 있다. 힘들게 체험하는 기억은 세월이 조금 지나면 더욱 생생히 남아있는 법이다. 다음에는 어린 손녀를 포함해서 가족을 다 함께 데려와서 초원과 사막을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안락한 투어에 물든 그들이 어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사막에서의 식사는 투어 그룹 내에서 해결을 해야 된다.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투어 가이드이다. 그는 물론 몽골 현지인이지만 대부분 한국말을 할 줄 알고 우리가 먹을 음식을 잘 요리할 정도는 되어있었다. 일주일 동안 식사를 하는데 점심은 다니면서 식당을 찾아 하기도 하지만 저녁은 거의 대부분 식단을 짜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방식을 취한다.


슈퍼마켓에 가서 음식 메뉴를 선정하여 장을 보고 요리를 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요리는 투어 가이드가 해결을 한다. 물론 때로 우리가 조력을 할 때도 있다. 아마도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투어 경비가 좀 더 저렴해지는 것 같았다. 식사 할 때 반주가 필요하기도 했다. 슈퍼에서 구입한 와인이나 보드카가 많이 먹는 주류이다. 이 비용은 여행자가 부담한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식사제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테를지 국립관광지 등이다. 여기서는 맛있는 현지식이 제공되는데 나의 경우 그 음식을 한 두 번 먹다 보니 잘 적응이 되었다. 특히 양고기 찜이라 할 수 있는 허르헉 요리는 아주 맛있었다.


끝으로 몽골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충고를 한다면 너무 많은 준비는 별로라는 생각이다. 몽골 투어는 체험투어이다. 편한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조금 불편하지만 친자연의 세상을 보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처음 갈 때 이것저것 제법 준비를 해 갔지만 거의 대부분이 전혀 쓸모가 없었다. 현지에서 제대로 작동도 잘 안 되는 핸드폰은 꺼두고 사진만 열심히 찍으면 된다고 여겨진다. 통신용 유심 잊어버려도 된다. 일주일 외부와 연락 없이 잘 지내고 오면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PS. 사막을 보려는 사람들로 전세계 오지의 사막체험이 대유행이다. 심지어 어떤 필라테스 운동가들은 거기서 한달간 몸과 정신을 완전히 바꾸어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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