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자동차 서비스공장에 갔다. 기능상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문제가 있었다. 차에 작은 상처 흔적이 너무 많아서 좀 보기가 싫었다. 한번 가격이나 알아보려고 했다. 전문가가 쭉 보더니 대략 견적이 약 1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며 명함을 주었다. 차의 연식이 4년 되었다. 적지 않은 보수 비용이다. 조금 고민하다가 그대로 타자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한번 그러자고 마음을 정하니 더 이상 신경 안 쓰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법 이런 사고를 겪기도 했고 주위에서 들은 말도 있었다. 1년 전 속초에 바람 쏘이러 갔다. 바닷가에 위치한 카페가 아주 위치 전망이 좋아 갈 때마다 가게 된 곳이다. 차를 주차하고 나오려 는데 바로 근처 주차한 공터에서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여성 운전자들끼리 다투는 소리였다. 알고 보니 소위 많이 회자되는 차량 접촉인 문콕 사건이 발단이었다. 양측에 전부 여성 동행인까지 뒤엉켜 엄청 큰 소리로 분쟁을 하는 것을 보았다. “아, 나도 앞으로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또 생각나는 이야기이다. 논산의 국도변에 야간에 주유를 위해 갓길로 들어갔다. 큰 주유소도 아니고 작은 지방 주유소라 완전한 외곽 조명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내려서 주유를 하려는 참이었다. 갑자기 한 사람이 자기 차를 받고 그냥 아무 말도 없으면 어찌하느냐고 항의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납득이 안 갔다. 그러더니 바로 곁에 자기 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기 차를 보라고 했다. 잘 이해도 안 가는 상황이고 아무리 보아도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물론 그리 밝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스마트폰을 켜고 자세히 흔적을 보았더니 더러워진 차체에 아주 작은 접촉 마크가 있었다.
내차 코너의 고무 부분이 그의 차를 조금 접촉한 것으로 알았다. 나는 일단 수긍하면 쉽게 인정하는 사람이다. 죄송하다며 어쩔 거냐고 이야기했더니 보험처리를 해야겠단다. 아주 작은 접촉사고로 보험처리는 좀 그렇다 하여 “내가 현금으로 수리 비용을 드리겠다” 했다. 그는 안된다고 단호했고 해당 보험회사의 담당자를 오라고 연락을 하였다. 잠시 후 온 보험 당당자는 인적사항을 말했고 그리 처리가 되었다. 며칠 후 비용에 대한 연락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법 큰 비용이었다. 약 120만 원이 지불되었다 했다.
여기에는 그 차량에 대한 렌터카 비용도 포함되어서 그리 된 것이다. 솔직히 그분의 차량을 우습게 본 것은 아닌데 그분 차량은 아주 오래된 세피아 차량이라 차 값도 그 수리비용에 미달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의 선택이 아니고 그분의 선택이니 나는 별 이의 없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피해를 본 그분이 내게 다시 연락이 왔다. 하는 말인 즉 그 접촉 사고는 완전히 100% 의 일방 과실이 아니고 90% 인지로 결정이 되어 그분도 수리의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비용을 나에게 보상해 달라는 것이었다.
또한 자기는 단순한 농업을 하는 사람인데 차를 최근에 구해서 비용을 대기가 아주 부담이 간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은근히 부화가 일었다. 내가 현찰로 얼마를 드릴 테니 현장에서 양자끼리 해결하자고 부탁을 드렸는데 그것을 거부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자기의 처지가 어렵다고 그가 낸 피해액을 변제해 달라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나는 거부를 했다. “선생님 말씀은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전화는 그다음 며칠 후에 다시 또 왔지만 나는 냉정하게 그의 주장을 거부했다. 물론 사건은 여기에서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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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량에 생긴 잔 접촉 흔적은 생각해 보니 거의 절반은 나의 실수였고 또 나머지 절반은 타인에 의해 생긴 상처이다. 금속 차체 부분이 흠뻑 패일 정도로 큰 상처도 누군가가 주차 시에 한 것이다. 우선 내 차는 RV 팰리세이드 차량인데 우선 차폭이 일반차보다 약 10cm 넓다. 우리 아파트는 약 22년이 지난 구형 아파트여서 우선 할당된 차폭 공간이 아주 협소하다. 아파트에 진입하면 제일 열심히 찾아야 할 주차 공간을 수배하는 습관이 배었다. 먼저 전체 주차장 공간을 한 바퀴 도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다. 예전에는 아무 곳이나 주차가 되었는데 이제는 가능한 공간을 찾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완전히 나의 몫이다.
철근 기둥 사이에 할당된 3개가 한 구역으로 된 주차 공간에 중앙에는 절대 주차를 해서는 안된다. 양쪽 측면 바깥쪽 중에서 최대한 밀착하여 주차를 해야 했다. 원래 구획이 좁으니 거의 접촉이 될 듯 말 듯한 공간에서 전후방으로 수차례 이동을 해야 간신히 내가 차에서 내릴 수 있다. 안그러면 차에서 내릴 수가 없다. 어느 쪽이던 한쪽을 포기하고 다른 한쪽으로 타고 내리는 수고를 상당히 했다. 출퇴근을 차로 이동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자동차를 주차 공간에 쉽게 빼고 넣는 것은 아주 중요한 하루의 출발이 된다. 주차공간에서 차를 손으로 밀고 차를 빼는 작업은 무더운 한 여름에는 벌써 피곤한 하루가 시작되는 현장이 된다.
지하의 주차장이 제대로 구비 안된 구식의 아파트는 아침에 차를 밀고 빼는 작업은 주로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들의 몫이다. 그 대표적인 아파트가 여의도의 구형 아파트라 한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약간의 차량 접촉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경비실에 차량의 열쇠를 보관하고 필요시 차량 이동을 하고 있다. 최근 이 아파트에서 차량 이동을 하려다가 고급차량 12건의 손상을 입힌 사례도 있었다. 해결책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사람들이 자기 차량을 너무 소중히 인식하는 관념은 조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고가의 외제 차량도 많다. 이런 차량은 잘못하여 문콕을 했다가는 수백만 원의 원상회복이 든다고 한다.
한국은 좁은 땅덩어리인데 점점 승용차 크기가 늘어가는 것은 자동차 규범과 문화를 주도해야 할 관련 행정당국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데 있다고 본다. 특히 프랑스, 이태리, 독일을 가 보아도 소형차가 아주 많이 주차된 것을 본다. 국토에 맞춘 올바로 된 자동차 규범이 생긴 것 같다. 그럼 자동차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한번 알아보자.
미국의 자동차 문화는 한국과 아주 많이 다르다. 물론 그들도 차에 대한 소유와 관리에 대한 열정은 아주 강하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다가 옆차를 조금 치는 것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혹여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보험처리나 서로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다. 특히 차의 사소한 접촉문제로 인해 싸우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내 견해로는 아마도 수억 정의 총기 개인소유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차량을 두고 서로를 도발 않는 문화가 이루어졌을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각 나라의 교통규제와 법률, 사회적 상황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고급차와 보통차를 소유한 사람들 간에 차량에 대한 생각과 태도 등이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고급차 소유자들은 종종 자신의 차량을 통해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우월감이나 부유함을 표시하려는 경향도 있다. 실지로 사업상 방문한 상대방의 차량으로 그의 경제적 위치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영화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 그의 차량을 커튼 사이로 보는 내용도 있었다. 차량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개인의 가치관이고 그의 취향 그리고 그가 처한 경제력 등을 나타낸다고 본다.
수십 년 전 인도의 뭄바이를 방문할 때의 기억의 단편이다. 호텔 정문 앞에 롤스 로이스가 주차되어 있었다. 당시 한국에 같은 종류의 고급차가 한대 있었다고 했을 때라 사람들의 눈길을 끌렀다. 내가 나갈 때 정복을 입은 운전사는 계속 차를 닦고 있었는데 약 2시간 후에 와도 그는 계속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보았다.
어찌 보면 소중한 개인의 자산을 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면서 이해는 되었지만 차에 대해서도 하인과 같은 굴종의 모습에 별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생기지 않았다. 고급차를 타는 소유주라면 그에 걸맞은 대인의 고귀한 풍모도 함께 보여야 소유주의 인격도 차량처럼 존중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