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그중 한사람이다.
4년전 주장인데 그때만해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가 미쳤구나 생각했었다. 그는 한국인이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공짜 방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방위비 증액을 강력히 요구했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수용하여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방위협정을 받아들였다. 며칠전에도 그 주장을 다시 반복하여 한국 정부를 곤혹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또 헛소리를 시작하는 그를 비정상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그의 주장을 다시 들추는 것은 다른 계기가 있어서 이다. 즉, 역설적일까, 그의 주장이 일부는 맞다고 생각하는 사례를 목도하게 되었다
며칠 전 할 일을 일찍 마치고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 방향으로 나갔다. 중랑천변을 달리고 있었다. 집을 나선지 약 40km 거리에 도달했을 때이다. 천변의 체육 공원을 조성한 곳에 이르니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하천을 보고 있었다. 뭔 일인가 확인하려 자전거를 멈추었다. 거기에 엄청난 물고기 떼가 하천에 보였다. 나도 깜짝 놀란 이유는 그들이 떼를 이루었고 또 그들의 크기였다. 길이가 아마 60-70cm 되는 것이 거의 백 마리 정도로 보였다.
한강에서 자주 접하는 주 어종에는 숭어도 있고 잉어도 있다. 가끔 한강변에서 큰 고기가 하천에 서식하고 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이번에는 아주 가까운 내 시야에 그 놈들이 보여 실제적 크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내 발 바로 밑에 그리 큰 고기가 있었다. 내가 물고기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여 혹시 산란기라서 그리 몰려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변 고기들
과거에 내가 어릴 적에는 거의 모든 하천에 아주 작은 고기만 보였다. 그 작은 고기도 서로 먼저 잡으려고 투망과 그물을 총 동원하며 다투었다. 가끔 홍수 같은 큰 물이 몰려오는 시기가 되면 제법 큰 물고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는 동네에 있는 모든 아저씨들이 투망과 그물을 들고 고기잡이에 동원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심히 잡은 그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지금은 한강에 있는 물고기를 식용으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한강에서 잡은 줄을 모르고 먹을 수는 있을 것 같다. 한강의 물 상태를 고려했을 때 그리 청결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이다.
나는 큰 물고기가 주변 하천에 깔린 것을 보고 다른 뜬금없는 연상이 되었다. 한국이 과거보다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 미국의 한 바다에서 물반 고기반의 상태를 보고 그 나라가 부자구나 여겼던 동일한 연상이 우리 작은 하천에서 발견된 것이다. 하천에서 보이는 고기를 보고 그 나라가 부유한지 빈곤한지 판단하는 것은 나만의 발상이다. 두 주제를 직접 비유하는 나의 주장은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감각적인 구구단식 비유라 해 보자.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는 TV 다큐 프로가 있었다. 거기에서 사람들이 고기를 잡는다. 힘들게 그물을 던져 끌어올린 투망에는 아주 작은 고기가 한 두 마리 들어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 작은 고기를 가져가 집에서 요리하여 먹는다. 큰 어종을 잡는 것은 고사하고 아주 작은 고기라도 고마워 해야 하는 현실을 본 것이다.
아주 오랜 시기에 목도한 추억이 생생히 연상되었다. 아마도 지금부터 40년 전 일듯하다. 항공 승무원 시절 하와이에 체제하고 있을 때였다. 진주만에 있는 히캄 해군기지를 방문하였다. 당시 항공사 승무원 ID 카드를 보여주면 해군기지의 방문이 허용되었다. 렌트한 차를 기지 공터에 두고 진주만 바닷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에 조그만 해군 함정이 보였다. 그 선박에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함정 근처에 접근했다. 한국 수병들이 배의 난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와 인사를 하고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선박에 올라갔다.
한국에 불하한 중고 함정을 구입하여 거의 한달동안 도색하고 함정 적응훈련을 한후 한국으로 먼 항해를 준비한다고 하였다. 원래 설치된 미사일은 뜯어내고 그 자리에 대공포를 달아서 한국에 판매를 한다고 하였다. 당시에 공격용 무기는 한국에 절대 제공이 안되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신분을 알고나서 배의 이모저모를 구경시켜 주었다. 수병들은 낚시대를 이용한 것이 아니고 그냥 낚시 줄만으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옆 버킷에는 상당히 큰 고기가 여러 마리 놓여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여기 바다는 물반 고기 반이어서 금세 수십 마리를 잡았어요”라고 말했다. 바다를 보니 정말 깨끗한 바다에 많은 고기가 보였다. 수병들은 시간 나면 회를 떠서 함께 먹고 가라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사람들은 잡은 작은 고기는 다시 방생하거나 큰 고기 잡는 미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작은 고기는 전혀 먹지 않고 고급 어종만 먹는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역시 부자 나라 사람들은 다르구나 하는 인식이 그 때 들었다. 한강의 풍부한 어족 자원이 그 진주만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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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부자 나라라고 착각하는 다른 사례가 또 있다. 내가 청년시절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아시아 권이나 또는 유럽에 가보면 벤츠 자동차가 참 많이 보였다. 그때 한국에서는 거의 벤츠가 몇대 보이지 않았을 시기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은 수십년 만에 크게 변화했다. 지금은 보통 수준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도 고급 수입 자동차가 많이 보인다고 한다. 도로에 나온 차를 보면 이제 머지않아 국산차 반 수입차 반의 시기가 곧 올 것 같은 예측도 든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집은 다음에 구입하고 우선 고급 수입차를 먼저 산다고 한다.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이니 선택의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고 취향의 문제로 귀결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 사회발전에 초를 칠 생각은 없다. 다만 한국인들의 행복 만족도 통계는 선진국 수준에 한참 뒤떨어졌다. 자신을 중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가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전세계 1위의 자살 율인데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하나. 못살겠다고 하는 층이 많으면 그 사회는 무언가 고질적 문제속에 놓인 것이다. 이제 전시행정에 돈을 쓰기보다 그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