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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Aug 16. 2024

몽골 모래언덕을 오른 이야기

투어 하이라이트, 모래언덕 –


며칠 전에 몽골 사막을 다녀왔다. 첫 이야기로 초원의 풀과 꽃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은 사막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인가 보다. 우리가 간 사막 명칭이 고비이다. 고비사막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막이다. 고비라는 명칭 자체가 몽골어로 황무지 또는 불모지라는 의미이다. 고비사막이라는 말은 역전앞과 다름없는 이중 명칭이다. 사하라 사막도 그 자체가 황무지나 불모지를 말하니 결국 마찬가지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위구르어 의미이다.


고비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사막이다. 우리가 사막 하면 바로 연상되는 모래로 된 구릉이다. 그러나 고비를 가서 보면 다소 실망하게 된다. 모래로 된 구간은 전체에서 점유하는 지역에서 볼 때 다소 부족하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나 제다 쪽이 더 큰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비는 현재 중국과 나누어서 상호 점유하고 있다. 고대에는 고비를 중심으로 북과 남을 각각 막북과 막남으로 불렀다. 우리가 잘 아는 만리장성은 막남지역에 만들어진 장성이다.


고비사막 동영상을 검색해 보면 대부분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낙타를 타고 보이는 영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진정한 고비의 중심지역은 몽골이다.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봐도 기득권은 몽골에 주어져야 정상이다. 고비는 가 보지 않고 상상만으로는 이해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해야 조금 알 수 있다. 조금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동서로 1600km 남북으로 800km를 어찌 한번 슬쩍 지나가며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상한 고집이 나에게 있다. 세상 어디라도 한두 번 가본 곳을 나는 다시 간다. 한 번으로 절대 그곳을 보았다고 말하기가 조금 부끄럽다. 작년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고비를 갔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절대 동일한 경험이 반복되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보이는 광경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의 햇살에 따라 보이는 게 많이 다르다.


고비에서도 모래언덕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홍고린 엘스이다. 해석하면 ‘노래하는 모래 언덕’이라는 의미이다. 마치 언덕을 타고 흐르는 바람소리가 노래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단 바람이 강할 때 들린다. 모래언덕은 바람이라는 자연이 만든 작품이다. 이해하기 힘든 풍향의 작용으로 모래언덕이 만들어진다. 모래언덕 정상에 오르면 풍향 방향에 따라 한쪽은 모래가 쌓이고 반대촉은 모래가 흘러내린다. 또한 바람이 그린 모래언덕 곡선과 결의 패턴이 극명히 다름을 알게 된다.


먼저 지난해 모래언덕을 올라갈 때 상황이다. 오후 4시경 언덕을 오르게 되었다. 언덕 높이는 야트막한 300미터 정도이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르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 오르다 보면 “아이코, 이게 장난이 아니네” 하고 느끼게 된다. 쉽게 말하면 내가 두발을 띄면 한발 정도는 아래로 밀려 내려온다. 대충 계산해 보니 전체 높이에서 곱하기 1.5 이상을 해야 되는 높이로 바뀌게 된다. 또한 외부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작열하는 태양이 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반바지를 입었는데 모래가 하도 세게 때리니 무릎이 다소 얼얼할 지경이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다. 하마터면 눈에 모래가 들어가니 얼굴은 반대쪽을 향할 뿐이다. 이런 악 조건 속에서 정상에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도중에 여러 차례 바닥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정점 에너지가 고갈된다. 어쩔 수가 없다. 함께 가던 동료들이 중간에서 포기하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나는 느낄 수가 있었다. 석양이 되어가니 모래언덕이 석양 광과 어우러져 멋진 형상을 보여주었다. 더 높은 정상에 간다면 그 환상적 그림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 텐데 하고 못내 아쉽다. 절반의 감상이었다.


사막에도 생존은 있고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먼저 우리 가이드가 우리를 홍고린 엘스 모래언덕에 데리고 간 시간이 거의 8시가 넘었다. 가보니 산 정상에 엄청 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제 그들은 황홀한 사진을 다 찍고 내려오는 무렵이었다. 그때 우리는 내려오는 그들과 반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가이드는 대충 그것으로 그날의 프로그램을 종료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나는 도저히 그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선 그곳까지의 걸린 거리이다. 초원에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약 600킬로를 달려간 곳이다.


그리 다가와서 기껏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모래언덕의 장관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서 등정을 포기했다. 대신 다음날 새벽에 등정을 하기로 가이드와 상의했다. 처음에는 가이드가 완강히 나의 제안을 거부했다. 다음날 일정의 차질을 핑계로 대었다. 그러나 다른 희원들이 강력히 요구하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아침 5시에 출발기로 약속했다. 해가 뜨지 않은 한밤중이다. 모래언덕 아래쯤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오고 일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 쾌청하지 않은 날씨로 구름 낀 날이 된 것이다. 모래언덕에는 아무도 없이 우리들 뿐이었다.


전날 그 많던 사람들이 밟은 발자국 흔적은 밤새 바람으로 전인미답의 지경이 된 것이다. 마치 첫눈을 밟는 것처럼. 우리가 밟는 발자국이 처음 내딛는 새로운 흔적이 되었다. 새벽에 모래언덕을 오르는 우리를 반기듯 바람도 많이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발이 빠지는 어려움에 위로 오르기는 쉽지 않건만 그래도 가야만 했다. 우겨서 새벽 등정을 한다 했으니 죽어도 올라가야 했다. 발자국을 내기에 미안할 정도로 깨끗한 모래 바닥에 우리는 그리 흔적을 내면서 올라갔다. 도중에 여러 차례 앉아서 조금 쉬기도 했다. 힘이 든 어떤 친구는 네발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가지고 간 생수도 계속 들이켰다. 도중 계속 사진 찍는 작업은 쉴 수 없었다.


힘은 들었지만 결국 정상에 도달했다. 올라가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정상 그 건너편에는 무슨 모습의 환경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자연이 만드는 모습은 우리 인간이 예측할 수가 없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기껏 만든 것보다 언제나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그러니 우리는 인간이 만든 것보다 자연의 것들을 더 보려고 그리 안달하는 것이다. 역시 자연의 작품은 위대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에 만족했다. 제법 찍을 수 있는 사진을 다 찍었다.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말은 표현 능력 부족으로 줄여야 했다.


자, 오르니 이제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세상에, 올라갈 땐 한 시간 이상이 걸리더니 내려오는 것은 거저였다. 아래로 한 발을 내디디면 두발 세발이 거저 내려간다. 반의 반도 안 걸리듯 내려왔다. 힘도 전혀 들지 않는다. 초입에 도달해 차를 향하는데 멀리서 한 푸르공 차가 다가온다. 두 번째 방문객이다. 젊은 한국 여성그룹이 탄 차량이다. 우리를 보고 어떠냐고 여러 질문을 한다. 우리는 신이 나서 과장하여 그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어떤 친구는 어젯밤에 모래언덕에서 자다가 이제 새벽에 내려온다고 말해야 겼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한 친구는 모래 언덕에 버려진 마스크와 휴지 등을 주어왔다. 아름다움에 누가 되는 것을 제거하는 훌륭한 마음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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