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하던 홈트(home training)를 최근 거의 3주째 못하고 있다. 한 가지가 가로막고 있다. 바로 날씨다.
운동을 하면 즉각적으로 땀이 생성되니 운동을 안 하게 된다. 운동을 해도 아주 간단한 기본적 운동만 하게 된다. 그것도 에어컨을 가동한 후에 시작한다. 내가 항상 하는 자전거 라이딩 또한 쉬고 있다. 약 10여 명이 하는 공동체 모임인데 몇 사람이 너무 덥다고 하여 학생들처럼 하계 방학을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일까. 친구들 모임도 다 쉬고 있다. 찬 바람이 불어야 다시 활성화가 될 것이다.
열대야란 말은 일 년 중 여름 한 달 동안 자주 듣는 기상용어이다. 그런 기상 전문용어가 이제 모든 어린아이도 다 아는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거의 한 달째 지속되는 유래 없는 더위이다.
이번 여름에 전보다 더 더위를 느낀다. 바로 8월 초 몽골에서 보내고 온 날씨 차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본격 더위가 시작하는 3일부터 11일까지 몽골에 있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에 내려 기다리는 동안 청사 외부에 가서 날씨를 체감하였다. 시간은 밤 10시 조금 넘은 시각이다. 첫 느낌이 한국과 완연히 다르다. 우리 일행은 하나 둘 가방을 열고 상의를 꺼내 입었다. 나는 윈드브레이커만 있어 그것을 입었다. 몽골도 우리와 같이 한 여름이다. 그런데 이리 체감현상이 다를 수 있을까. 체류하며 한 번도 땀을 흘려보지 않았다. 아니, 잘 때는 침낭이 필요했다.
물론 햇살은 강하고 구름 없이 내려 쪼일 때는 응달에 가고 싶었다. 그러다 응달에 가면 더위를 잊을 정도였다. 그전에는 하와이의 날씨가 여름을 보내기가 좋다고 여겼었다. 거기도 덥지만 마찬 가지로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해진다. 양자 날씨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건대 나는 몽골 쪽 날씨에 한 표를 던진다. 전혀 망설임 없이 던진다. 이 말은 날씨로 보건대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체감상태라 말할 수 있다.
위도상으로도 북쪽이지만 몽골 자체가 상당히 고원지대이다. 약 1300-1500m의 고원지역이다. 또한 거대 사막과 인접하여 습기가 거의 없다. 우리 몸이 체감하는 쾌불쾌는 주로 습기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동남아에 가면 바로 체감하는 불쾌지수가 바로 습기에 연동되는 거다. 그래서 동남아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액티비티는 바다를 빼고 찾을 수가 없다. 해양 스포츠가 가장 널리 펴진 놀거리 중 하나이다.
몽골은 바다가 없다. 대신 넓은 호수와 강은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강과 호수에 들어갈 정도의 해상 스포츠는 발달되지 않았다. 이유는 자명하다. 구태여 땀을 식히려 물에 들어갈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든 이유다. 물에 들어갈 필요가 거의 없는데 무슨 해상 액티비티를 준비할 리가 없다. 몽골에 갈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 하나 있다. 아예 한 달 동안 장기 휴가로 몽골에 가서 저렴한 여름 별장용 게르를 한 달간 렌털하여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의 여름은 기간으로 보면 아주 짧다. 7, 8월 두 달 정도이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 위도가 높은 북방 지역 사람들은 여름과 겨울을 보내기 좋은 지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여름 별장이라고 한다. 겨울 별장은 별로 많지 않다. 겨울은 페치카 등으로 내부 난방을 하고 따뜻한 복식으로 몸을 휘감으면 그런대로 멀리 가지 않아도 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여름 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호화 별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가장 아담하고 작은 별장들이다. 러시아에서는 다차라고 부른다.
대부분 나라의 왕실이 여름궁전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표트로 대제가 보낸 여름궁전이 가장 유명하다. 유럽의 많은 나라의 예를 보면, 그들 나라에서 여유가 있는 유한계급은 하계 별장에 가서 더위를 피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삼고 있다. 특정 지역은 하계 휴양지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갔더니 거기서도 여름에는 고도가 높은 고산지역을 찾아 사람들이 주로 휴가를 보낸다고 하였다. 반둥이 대표적 휴양지이다. 원나라 시절에도 몽골유목 제국의 칸들은 여름을 습기 있는 중국에서 보내지 않고 몽골에 하계 궁전을 만들고 거기서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
이제 향후에는 더 굉장한 더위가 올 가능성이 높다. 기후이변이 어찌 나타날지를 잘 알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그럼 겨울에는 몽골 날씨는 어떤가. 우선 가장 긴 기간이 겨울이다. 9월이 들어서면 기온은 급 하강하여 고산지역에는 겨울이 시작된다. 눈이 휘날리고 드디어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기온이 일상적이다. 단, 바람이 없어서 한국처럼 체감하는 온도는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 따름이다.
내가 과거에 울란바토르에 겨울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외부 날씨가 그다지 추워 보이지 않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한참 후 추위 때문에 머리가 띵해졌다. 더 이상 그런 상태로 다니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준 것이다. 울란바토르는 겨울에 난방을 대부분의 가정에서 석탄으로 하고 있다. 그 부작용으로 겨울 공해가 심한 스모그로 나타난다. 그래서 테렐지 같은 근교에 겨울별장을 준비하여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모든 가정에서 연탄을 때던 우리 한국의 과거의 연상이 되었다. 그때 북한산에 올라서 서울을 보면 공해 층이 서울을 둘러싸고 있었다. 산속에는 천연 이끼가 다 없어진다고 환경학자들이 경고하던 서울 지역이 온실이 되어 그 공해 속에서 살았던 시절이 생각나다.
몽골에서 여름철에 일주일 이상 땀을 흘리지 않고 지내던 날씨를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다. 인천공항을 나가자 훅하는 열기가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하다. 새벽 4시인데도 그러했다. 그리고 내 몸은 반팔로 노출된 몸 부위에서 벌써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우리의 날씨에 다시 적응하는 시일이 필요했다. 그러니 집에서 무슨 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탈 생각이 들었을까. 다시 적응하는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였다. 9월이 오면 아침저녁으로 다시 선선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이번의 서울지역의 한여름 열대야 기록이 118년이라고 말한다. 이 기록은 아마 계속 갱신이 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든다. 그러나 무슨 뾰쪽한 대책이 생길 수가 없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차량에서 공장에서 내뿜는 열기를 멈출 수가 없다. 그러니 죽을 길을 뚜벅뚜벅 계속 가는 수형인과 같은 미래가 훤히 보이는 그 행렬을 가야 한다. 극 지방에 있던 빙하는 계속 녹으며 바다로 부서져 내리고 히말라야의 만년설도 쌓인 높이가 해마다 줄어든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인 나의 눈에 보이는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인공과 자연의 대결은 결과를 안 봐도 안다.
현대 기술문명은 미래는 무시하고 눈앞의 편함만을 찾는 바보의 길을 온건 아닐까. 실제로 함께 죽는 길을 오면서 똘똘한 체했던 것이다.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달과 화성에 미래 식민지를 세우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외부에 노출된 곳에서의 생활은 불가하고 특수한 내부 공간이 있는 쉘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우리 지구도 미래에는 이리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이제라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아직 자연이 그대로 남은, 지금 보기에 미개발된 자연 제국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