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안 댄 미인 같은)
중앙아시아를 가는 이유를 한마디로 한다면 원초 자연을 보기 위함이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말들을 한다. 주객이 전치된 잘 못된 말이다. 바른 표현을 한다. 스위스는 인공이 가미된 아름다운 자연이라면 , 중앙아시아는 인공이 가미 안된 천연의 자연모습이다.
이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2개국 투어 일정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일정을 지난겨울부터 준비했으니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준비한 것은 여정을 짜는 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여행을 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난다. 나의 경우는 효과가 바로 나지 않는 동양의학 같은 방식으로 먼저 준비를 하곤 한다. 몸의 전체 에너지(기)를 보강하고 다음 것을 하자는 주의이다. 그중 하나는 현지에 대한 언어와 정보를 익히는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오랫동안 구소련의 지배하에 있었다. 당연히 그동안 사용 가능한 언어와 문자인 러시아어를 배우고 익혔다. 현지인들은 그들 고유의 카자흐어와 키르기스어가 있다. 현재도 문자는 러시아어 키릴문자를 쓰고 있다. 지금은 이들 나라가 모두 독립이 되었지만 오래 사용한 언어는 하루아침에 뚝딱 바꾸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전에 몽골을 여러 차례 갈 때에도 그 문자를 기본으로 배우고 갔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반년 이상을 러시아어 문자와 언어를 배우는데 소비했다.
독학의 수준을 넘어 현지 언어 선생님과 줌을 통한 교육을 받았다. 통역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타국의 언어를 알면 그만큼 수월하게 소통이 된다. 모든 것을 배울 때는 혼자서 하는 것도 좋으나 어느 정도는 속박이 되어야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바로 소속감을 가지는 틀이 있으면 좋다. 그래서 학교가 있고 학원이 있고 동호회 같은 조직이 필요한 이유이다. 물론 짧은 기간에 새로운 언어를 완전히 습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십 년 배운 영어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하나의 준비는 체력이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투어는 기본적으로 체력을 준비해야 가능한 정도이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는 전 국토의 약 90% 이상이 1천 M 되는 산악 지역이다. 이번 여정에 든 산악지역의 평균 고도가 2천-3천 M에 달한다. 이런 지역을 나이가 제법 든 우리들이 국내 산악 가듯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알틴 아라샨의 트레킹 최종 목적지는 고산 지역으로 약 3900M에 위치하고 있다.
등정을 준비하는 사람의 기본 체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고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서부터 기본적인 몸만들기를 한 이유이다. 몸만들기는 쉽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로 하체운동에 많이 집중했다. 이는 산악 트레킹과 관계없이 나이 든 사람들이 최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되는 신체 부위라 생각되었다. 어찌 보면 노년의 인생은 보행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황혼기의 일생을 좌우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몇몇 가지 기본 준비는 오랫동안 시일이 걸려야 되는 것이다.
다음은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일정은 7월 초순-중순이다. 관광 성수기이다. 이런 시기에는 방을 구하고 교통편을 구하고 투어 일정을 짜는 것이 그리 쉽게 되지 않을 수가 있다. 더구나 내가 진행하려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여행사가 주관하여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고 하나에서 열까지 진행을 모두 우리가 준비해야 했다. 실제로는 내가 그 모든 일정관리를 혼자서 하는 것이었다. 일 단계로 현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도서를 여러 권 읽기 시작했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정보 카페에 가입하여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과 충고를 받았다.
그리고 현지 지도를 놓고 대략적인 도상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어디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체 이동 루트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구간을 운행하는 현지 교통편을 섭외하거나 정보를 구해야 되었다. 교통편이 준비되면 다음은 현지에서 적절한 숙소를 잡아야 했다. 이번에 직접 현지투어 계획을 짜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이제 세상의 울타리가 아주 좁아져서 해외 정보를 구하기가 엄청 쉬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사이트,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에서 교통편, 숙소, 현지관광청 등의 조력을 주는 사람들과 쉽게 접촉하여 알고자 하는 궁금증을 풀 수가 있었다. 물론 그들과는 세계 표준어가 된 영어로 대화를 해야 했다. 다행히 나는 바로 그들과 대화나 SNS가 되는 수준이라 어려움은 없었다. 현지인들의 빠르고 친절한 응대에 고마움을 느꼈다.
현지의 정보와 앱을 깔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은 현지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통번역과 지도 앱이 가동되는 스마트폰이 나와 있었다. AI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아주 큰 혜택이라 여겨졌다. 내가 만든 일정을 AI에게 물었더니 너무 힘들게 되었다고 여유 있게 하라고 충고를 했다. 스마트폰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젊은 MZ 세대들은 언어장벽 없이 어떤 나라든지 투어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현지 앱 중에서도 택시앱, 버스앱, 지도앱, 숙소앱등 긴요한 것들의 사용법을 익혀서 필요할 때 사용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지에서 쓰는 생활 물가도 중요한 투어 고려요소가 된다. 숙소와 교통편 그리고 관광여행을 섭외하던 업체와 비용을 물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큰 부담 없이 다녀올 것 같다.
처음 접해보는 중앙아시아 투어이다. 이번에는 무리 없이 전체적으로 현지상황을 윤곽으로 알게 되면 좋을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한번 가면 훨씬 제대로 된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을 듯하다. 나는 어떤 곳이던 최소 2번 정도를 가는 것이 나의 투어 패턴이 되고 있다. 첫 번 투어를 하며 일부분을 먼저 보는 것으로 전체를 평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어느 곳이던 처음 가면 새로운 문화에 대한 놀라움이 생기지만, 또다시 가면 거기다 반가움까지 더 생기니 다시 찾는 이유로서 충분하다.